한국이 세계 최초로 8회 연속 올림픽 본선 무대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냈다. 권창훈(수원)의 왼발이 드디어 터졌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 올림픽대표팀은 27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준결승전 카타르와 경기에서 3-1로 승리했다. 홈 팬들의 압도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개최국 카타르를 상대로 신태용 감독은 3-4-3의 수비적인 전술을 선발 라인업으로 꺼내들었다. 황희찬(잘츠부르크)이 부상 여파로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고, 김현(제주)이 최전방 원톱의 역할을 맡은 상황이었다. 약점으로 지적됐던 수비를 강화하면서 역습으로 기회를 노렸다. 

전반은 신태용 감독의 의도가 제대로 먹혀들면서 실점하지 않은채 0-0 균형을 지켰다. 수비형 미드필더 박용우(서울)를 중앙수비라인으로 내려 스리백을 구성하고 황기욱(연세대)과 이창민(제주)을 중원에 배치해 수비를 강화한 것이 효과를 거뒀다. 후반 들어서도 선수 변화없이 나선 가운데 후반 3분 만에 류승우의 선제골이 터졌다. 수비진영에서 길게 공이 넘어왔는데 상대 골키퍼가 페널티박스를 벗어나 달려나온 것을 보고 골키퍼를 피해 방향을 바꿔놓는 슛을 시도해 빈 골망에 공을 꽂아넣었다. 

만회를 노리는 카타르의 공세가 강해지고, 올림픽팀 선수들의 체력이 뚝 떨어지면서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결국 후반 34분 상대 주력 공격수 아흐메드 알리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한국진영 오른편에서 아크람 아피프의 크로스가 올라왔는데 연제민이 알리의 앞에 있었음에도 제대로 막지 못했다. 아피프 쪽을 막던 류승우가 다리 근육 경련으로 치료를 받으러 나간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 더욱 아쉬웠다. 

하지만 실점 이후 류승우를 대신해 투입된 황희찬이 분위기를 바꾸기 시작했다. 언제 아팠냐는 듯이 경기장을 휘젓고 다닌 그는 후반 39분 수비까지 가담해 공을 빼앗아낸 뒤 이창민을 거쳐 권창훈의 슛으로 마무리 된 장면의 시발점 역할을 했다. 후반 44분에는 결국 일을 냈다. 상대 페널티아크 부근에서 공을 잡은 그는 오른쪽의 김현에게 공을 내줬고, 김현은 오버랩하는 우측 윙백 이슬찬(전남)에게 침투패스를 밀어넣었다. 이슬찬은 문전으로 쇄도하던 권창훈에게 땅볼 크로스를 내줘 결승골의 디딤돌을 놨다. 이번 대회 4호골을 터뜨린 권창훈은 드디어 주무기인 왼발로 골망을 흔들며 환호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황희찬은 후반 추가시간 힘이 빠진 상대 수비수들을 완전히 농락하며 쐐기골까지 만들어냈다. 상대 왼쪽측면을 허물고 간 그는 두 명의 상대 선수가 막는 틈을 드리블 돌파로 빠져나온 뒤 페널티박스 모서리에서 한 명을 더 제쳐냈다. 이어 페널티박스 오른편의 문창진(포항)에게 패스를 내줬고, 문창진은 상대 수비수 한 명을 속임동작그오 떨궈낸 후 왼발 슛으로 다시 한 번 골망을 흔들었다. 문창진 역시 이번 대회 4호골이었다. 

한국은 카타르를 3-1로 제압하면서 결승전에 진출, 대회 3위까지 주어지는 2016 리우올림픽 본선진출 티켓을 확보했다. 지난 1988 서울올림픽 당시 개최국 자격으로 본선에 출전한 이후 8회 연속 올림픽 본선 무대에 진출하는 세계 최초, 유일의 국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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