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검객' 위기의 한국 구하다
남자 에페 박상영 4점차 '대역전극'
첫 출전 깜짝 '금'

한국 남자 에페의 막내 박상영(21·한국체대)이 생애 첫 올림픽에서 무섭게 질주하며 깜짝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부상을 이겨내고 시상대에 맨 위에 올라 더욱 값졌다.

박상영은 10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 올림픽공원 카리오카 아레나3에서 열린 대회 남자 에페 개인전 결승에서 헝가리의 42살 백전노장 게자 임레에 15-14 역전승을 거뒀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3번째 금메달이자 한국 펜싱 첫 금메달. 이번대회에서 18번 시드를 받고 출전한 그는 16강전에서 2번 시드이면서 우승후보인 이탈리아의 엔리코 가로초를 15-12로 꺾고 이변의 주인공이 되면서 바람을 탔다. 준결승에서 스위스의 벤자민 슈테펜을 15-9로 가볍게 제압하고 마지막 무대까지 간 그는 지난해 세계선수권 우승자 임레에 10-14로 뒤져 패색이 짙었으나 연속 5점을 획득하는 괴력으로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아픔을 이겨내고 얻은 금메달이었기에 더 의미가 있었다. 박상영은 2014년 세계랭킹 3위까지 오르며 차세대 한국 펜싱 기대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로 수술대에 오르면서 리우 올림픽 출전마저 불투명했다. 1년간 힘겨운 재활에 전념해야 했고, 세계랭킹도 뚝 떨어졌다. 그는 “부상을 입었다고 조급해하지 않고 나 자신을 믿으며 차근차근 재활하니까 극복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조희제 남자 에페 코치는 출국 전 “박상영은 막내지만 자신감이 있고 배짱이 좋다. 그래서 기대하고 있다”며 숨은 복병으로 그를 주저없이 지목했다. 조 코치 예상이 맞았다. 런던 올림픽 이 종목 동메달리스트 정진선, 이번 올림픽에서 에이스로 꼽힌 박경두가 조기 탈락한 상황에서 박상영이 무섭게 질주하며 노메달 위기에 빠진 한국 펜싱을 구해냈다. 

박상영은 15일 형들과 함께 에페 단체전에도 나선다. 멀티 메달, 더 나아가 2관왕에 오를 기회를 잡았다. 시련을 극복한 그에게 달콤한 열매가 주어졌다. 박상영의 마지막 꿈은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을 모두 제패하는 ‘그랜드슬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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