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이 발렌시아 100년사를 갈아치웠다. 외국인 선수 중 최연소 1군 데뷔 기록을 바꿨다.

스페인 라 리가 발렌시아 소속 미드필더 이강인은 30일 스페인 사라고사 라 로마레다에서 열린 2018~19시즌 스페인 코파 델 레이(국왕컵) 32강 1차전 CD 에브로와 원정 경기에서 4-4-2 포메이션의 왼쪽 날개 선발로 나서 후반 38분까지 83분을 뛰었다. 10대 초반에 스페인으로 건너가 발렌시아 유스팀에서 차근차근 성장한 이강인은 이번 시즌 2군팀인 발렌시아 메스타야에서 스페인 3부리그를 뛰고 있다. 아울러 유럽축구연맹(UEFA) 유스리그에선 스페인 외 다른나라 클럽의 유망주들과 기량을 겨루는 중이다.

그런 이강인이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발렌시아 1군 공식 데뷔전을 치렀다. CD 에브로전에 선발로 전격 나선 것이다. 홈팀은 1000여석 규모의 원래 홈구장 대신 2부 구단 레알 사라고사가 쓰는 라 로마레다로 장소를 옮겨 발렌시아를 상대했는데 9900명 관중 앞에서 이강인이 모습을 드러내며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볐다.

그는 이날 출전으로 발렌시아에서 가장 어린 나이에 1군 경기를 치른 외국인 선수가 됐다. 이강인은 이날 17세 253일을 맞았다. 이날 사라고사를 찾은 스페인 언론에 따르면 이는 종전 외국인 1군 최연소 출전 기록인 프랑스의 모모 시소코(18세 220일)를 거의 1년 가까이 제친 것이다. 이어 나이지리아의 서니 선데이(18세 343일), 말리의 이브라히마 디알로(19세 112일), 브라질의 다닐루 바르보사(19세 176일) 등이 발렌시아의 10대 데뷔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이강인과는 큰 차이가 난다.

이강인은 이날 왼쪽 코너킥을 왼발로 도맡아 차는 등 10대 중반을 갓 넘긴 어린 나이에도 기술과 재능을 인정받고 있다. 후반 11분 왼발 중거리슛은 발렌시아 팬들도 아쉬움을 자아낼 만큼 훌륭했다. 상대 골키퍼 선방에 골이 되지 못했을 뿐이다. 발렌시아 100년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에 1군 무대에 선 외국인인 만큼 창창한 앞날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사라고사(스페인) 박재영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