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지업 제구 때문에 불펜 투구까지…직구 계열은 좋았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에이스 류현진(34)은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승패를 떠나서 본인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경기력을 보이면 자책하고 고심한다.
류현진은 20일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오리올파크 앳 캠든야즈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방문경기에서 7이닝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해 시즌 6승(4패)을 기록한 뒤에도 그랬다.
그는 "주무기 체인지업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체인지업의 제구가 잘 잡히지 않아 (평소 하지 않던) 불펜 피칭까지 하면서 준비했는데 답답했다"고 말했다.
마냥 고개를 숙이고 있지는 않았다. 류현진은 "다만 경기 초반보다는 후반부에 체인지업 제구가 조금씩 잡히는 느낌을 받았다"며 "체인지업을 제대로 던지지 못하면 경기 운영에 어려움이 생기기 때문에 빨리 (제구를) 잡겠다"고 다짐했다.
올 시즌 류현진은 체인지업 제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우타자 기준 바깥쪽에서 뚝 떨어지는 체인지업은 류현진의 필살기다. 특히 우타자를 상대할 때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체인지업이 말을 듣지 않아서 직구와 컷패스트볼의 비중을 늘렸다.
이날도 류현진이 던진 100구 중 직구가 43구, 컷패스트볼이 24구나 됐다. 체인지업은 17구에 그쳤다. 이날 경기 전까지 올 시즌 체인지업의 비중은 29.1%였다.
직구를 결정구로 활용하다 보니, 어깨에 힘이 들어가서 직구 구속도 빨라졌다. 류현진은 6회 라이언 마운트캐슬을 상대로 시속 151㎞의 직구를 던지기도 했다.
다음은 경기 후 류현진과 일문일답.

-- 좋은 결과를 얻었는데, 평소와 달랐던 점은.
▲ 체인지업은 지난 경기처럼 제구가 잘 안 됐다. 1회 홈런을 허용한 것도 체인지업이었다. 지난 경기를 마친 뒤 체인지업의 제구를 잡기 위해 불펜투구도 했는데, 아직 완벽하지 않은 것 같다. 다른 구종이 좋아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
-- 올해 정규시즌 전환점을 돌고 있는데, 현재 몸 상태는.
▲ 굉장히 좋다. 체인지업만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다른 것은 다 좋다.
-- 체인지업 제구가 안 되면 어떤 점이 달라지나.
▲ 체인지업은 그동안 가장 자신 있게 던졌던 구종이다. 상대 타자의 타구를 약하게 만든다. 제구에 어려움이 있다 보니 경기를 다 바꿔야 한다. 그만큼 어려워졌다.
-- 최근 팀 분위기는.
▲ 매우 좋다. 최근 아쉽게 몇 경기에서 졌지만, 어제 경기에서 역전승을 거두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지금 분위기를 이어갔으면 좋겠다.
-- 과거에도 체인지업 제구가 떨어진 경험이 있나.
▲ 당연히 있다. 어떻게 잡느냐가 중요하다. 현재 체인지업은 스트라이크와 볼의 차이가 크다. 그냥 내가 빨리 (제구를) 잡아야 한다. 어떤 수를 쓰더라도 잡겠다. 항상 영상을 보면서 연구한다. 이번 불펜 투구에서 잡으려고 했는데 아쉽다. 오늘도 어려움이 있었다. 후반에는 괜찮은 체인지업이 몇 개 들어갔다.
-- 2년 만에 시속 90마일 이상의 빠른 공은 던졌는데.
▲ 나도 잘 모르겠다. 저절로 힘이 생긴 것 같다.
-- 오늘 경기 호투의 비결은.
▲ 컷패스트볼과 직구, 커브가 좋았다. 많이 섞어가면서 던졌다. 세 구종이 좋아서 7회까지 던진 것 같다.
-- 오늘은 미국의 아버지 날이었는데.
▲ 이런 날 잘 던져서 기분 좋다. 가족들도 기뻐한다.
-- 오늘 경기에서 직구 비중이 컸다.
▲ 직구 제구가 좋았다. 체인지업 제구가 어려워지다 보니 직구를 많이 던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