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때리는 그녀들’을 둘러싼 편집 조작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 때 아닌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방송에서 FC구척장신과 FC원더우먼의 대결이 전파를 탔다. 하지만 제작진이 스포츠 경기를 예능처럼 짜깁기해 극적인 영상으로 재편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구척장신이 전반에 이미 5대0으로 압도하고 후반에 한골을 더해 6대3으로 이긴 경기를 3대0에서 3대2, 4대3에서 6대3으로 진행된 것처럼 중간 과정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논란에 제작진은 “방송 과정에서 편집 순서를 일부 뒤바꾸어 시청자들께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지금까지의 경기 결과 및 최종 스코어는 방송된 내용과 다르지 않다고 하더라도 일부 회차에서 편집 순서를 실제 시간 순서와 다르게 방송했다”고 인정하고 사과했다. 또 “저희 제작진의 안일함이 불러온 결과였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예능적 재미를 추구하는 것보다 스포츠의 진정성이 훨씬 더 중요한 가치임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땀흘리고 고군분투하며 경기에 임하는 선수 및 감독님들, 진행자들, 스태프들의 진정성을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편집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 향후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골때리는 그녀들’을 사랑해 주시는 시청자 여러분께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라고 거듭 사과했다.

그러자 방송에 사용된 중계진의 후시 녹음도 논란이 됐다. 배성재는 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 “글을 보고 아연실색했다. 내가 기억한 스코어와 달랐는데 내 목소리가 들어있었다. 그제서야 본방송을 보고 일이 크게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제작진에게 연락을 했다”며 “스코어를 얘기하는 목소리는 제 목소리가 맞다. 추후 녹음한 것이 맞고 책임을 피할 생각은 없다”며 “제가 기억하기로는 초반 스코어가 4대0이었고 4대3이 되지 않았다. 근데 제 목소리로 4대3으로 나갔다. 그 멘트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기계적으로 읽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1년 동안 중계하다 타임아웃 때 작가나 막내 연출자가 써온 멘트를 읽어 달라고 하면 언제적 경기인지 모르고 기계적으로 읽었다. 뇌를 거치지 않고 기계적으로 읽은 건 뼈아픈 실수”라며 “6대3으로 경기가 끝난 건 사실이다. 결과를 바꾼 적은 없다. 내 인생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게 너무 충격적이다. 아무 말씀 못 드리겠다. 부끄럽다”며 눈물을 보였다.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불린다. 이 점이 많은 이들이 ‘골때녀’에 유독 열광했던 이유기도 하다. 물론 이 역시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여성 스타들이 팀을 이뤄 축구 경기를 펼친다는 점, 기계적으로 응하는 게 아닌 자신의 사적인 시간까지 할애하면서, 혹은 부상투혼까지 이겨내면서 프로그램에 임해왔기에 이를 응원하고 격려했던 것이다. 반전 축구 실력으로 눈길을 모은 박선영부터 신흥 에이스로 떠오른 송소희, 부상도 불사한 한혜진, 노장투혼의 신효범과 이성미, 조혜련 등 파일럿 프로그램부터 현재까지도 멤버들은 늘 진심이었다. 조혜련은 ‘2021 SBS 연예대상’ 수상소감 당시 “아들이 내 카드로 산 축구 장갑이 배송오고 있다”며 여전한 축구 사랑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제작진의 예능적 욕심 때문에 ‘골때녀’ 멤버들의 노력까지 퇴색됐다. 실제로 문제가 된 경기에서 박슬기의 경기 운영이나 대처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를 두고는 ‘잣대가 과하다’며 시청자들의 과몰입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는데 이 역시 편집 조작이 원인이었다. 그제서야 시청자들도 “박슬기의 눈물도 제대로 된 순서로 보니 이해가 간다”며 “박슬기도 피해자”라고 입을 모았다.

‘골때녀’의 승부수는 ‘초심’과 ‘진정성’이었다. 왜 인기를 얻었는지를 다시금 생각해야 할 때다. 10%대 가까이 되는 높은 시청률도 결국 제작진이 만들어 낸 악마의 편집 때문이 아니었음을 알아야 한다. 이번 조작 역시 시청자들이 물병의 개수나 시간, 전광판 등을 토대로 직접 밝혀냈다. 시청자들이 그만큼 ‘골때녀’에 진심이라는 증거다. 이들이 밝혀내지 않았다면 ‘골때녀’의 편집 조작도 계속됐을지 모른다. 과거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도 결국 시청자들이 직접 밝혀낸 조작 여파로 최악의 결말을 맞았다. ‘골때녀’ 역시 일부 시청자들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신청했다. 심의를 신청한 누리꾼은 “스포츠 정신을 위배하고 시청자들을 기망한 조작 프로그램 ‘골때녀’ 제작진에게 과징금 결정을 내려달라”는 내용의 민원을 공개했다. 방송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은 ‘골때녀’가 등 돌린 시청자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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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