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선수나 사물을 보고 가장 놀라고 경탄하는 단어는 ‘Wow’다. 다른 말, 단어가 필요없다.

21일(한국 시간) PNC파크에서 시카고 컵스전에 2022시즌 데뷔전을 치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유격수 오닐 크루즈(23)에게 쏟아진 감탄사다. 경기 후 22일까지 MLB 네트워크와 ESPN은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 크루즈의 공수주 활약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쳤다. 이를 본 LA 다저스 팬과 관계자들은 땅을 쳤을 테고.

일단 크루즈는 12-1로 이긴 컵스전에서 6번 타자 유격수로 출장했다. 5타수 2안타(2루타 1) 4타점 2득점으로 활약했다. 유격수로는 신장이 매우 크다. 201cm다. 전 필라델피아 필리스 GM 출신인 루벤 아마로 주니어는 “신장이 큰 유격수임에도 자세가 낮아야 하는 백핸드 수비를 깔끔하게 처리는 것을 보면 매우 유연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크루즈의 플레이에 모두가 놀란 것은 그의 송구, 타구의 출구 속도, 3루까지 오버런했다가 아웃되는 주루 등이다. 공수주를 한 경기에서 다 보여줬다.

3회 유격수 땅볼 처리 때 1루 송구 구속이 ‘Statcast’에 155.6km(96.7마일)로 측정됐다. 올 메이저리그 야수 가운데 투수를 제외한 포지션 플레이어의 송구 구속으로는 최고를 기록했다. 안타의 타구 출구 속도는 182km(112.9마일)이었다. 참고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의 타구 평균 출구 구속은 161km(100마일)가 안된다. 타석에서 베이스 질주도 올시즌 피츠버그 타자 가운데 가장 빨랐다.

22일 MLB NOW 방송이 페널로 데뷔한 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사이영상 투수 제이크 피비는 “왜 피츠버그는 크루즈를 지금까지 트리플A에 두고 있었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빅리그 승격이 너무 늦었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사실 크루즈는 2021년 10월3일 엔트리 확장 때 MLB 데뷔전을 치렀다. 그러나 구단은 2경기를 치르게 한 뒤 올해 트리플A 인디아내폴리스에서 경험을 쌓게 하고 이날 승격시킨 것이다. 피츠버그는 현재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하위권으로 처져 있지만 한 경기 3홈런을 때린 잭 서윈스키(23), 이날 크루즈와 함께 데뷔한 외야수 블라이 마드리스(26) 등 유망주 루키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리빌딩이 거의 완성돼 2023시즌이 기대된다.

크루즈는 원래 다저스 선수였다. 2015년 7월 다저스가 16세인 크루즈를 아마추어 프리에이전트로 계약해 도미니카 공화국 아카데미에서 육성했다. 그러나 다저스는 2017년 7월31일 트레이드 마감 때 불펜을 보강하려고 좌완 토니 왓슨을 영입하면서 크루즈와 불펜의 앙헬 허먼을 피츠버그에 줬다. 허먼은 빅리그에 한 번도 승격되지 못하고 2019년 피츠버그 더블A로 야구를 그만 뒀다. 결국 다저스는 불펜의 왓슨과 유망주 크루즈를 맞바꾼 것이다.

5년 후 크루즈는 피츠버그의 비밀병기로 벌써 차세대 올스타급으로 평가받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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