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8월. 미국의 한 경매 사이트에 특별한 물품이 등장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홈런왕 배리 본즈가 은퇴 시즌인 2007년에 날린 개인 통산 762호 홈런공이었다. 'MLB 통산 최다 홈런'이라는 대기록을 세울 때 터뜨린 홈런볼이었다.
해당 공이 가진 의미와 미국 스포츠 경매 시장의 규모를 생각하면 천문학적인 금액이 예상됐다.
그러나 이 공은 28만2천900달러(약 3억9천470만원)에 낙찰됐다. 이 공은 2008년 37만6천612달러에 팔렸지만, 12년이 지난 뒤 오히려 낮은 가격에 재판매됐다.
지난달 뉴욕 양키스의 전설 미키 맨틀의 사진이 들어간 카드가 169억원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 헐값과 다름없었다.
MLB 개인 통산 최다 홈런공이 찬밥 신세인 까닭은 본즈의 홈런 기록이 퇴색해서다.
지난 2004년 약물 스캔들이 터지면서 MLB에 폭풍이 몰아쳤다.
2001년 역대 한 시즌 최다인 73홈런의 주인공 본즈를 비롯해 비슷한 시기에 60홈런 고지를 밟은 마크 맥과이어, 새미 소사 등 리그 간판급 선수들이 약물에 의존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MLB를 혼돈에 빠뜨렸다.
에런 저지(사진)는 MLB에서 도핑 검사가 강화된 2005년 이후 처음으로 60홈런 고지를 밟았다.
단일 시즌에 홈런 60개를 친 역대 6번째 선수라는 역사적 사실보다도 매리스, 루스와 더불어 약물을 빌리지 않은 '청정 홈런왕', '진정한 홈런왕'이라는 위대함이 저지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미국 지역지 뉴욕 포스트는 "저지가 금지약물 문제없이 60홈런을 터뜨렸다"며 "이는 1961년 매리스 이후 61년만"이라고 표현했다. 저지의 홈런 기록을 루스의 기록보다 높게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