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공백을 깨고 가수 용준형이 다시 대중 앞에 선다. 그간의 논란으로 붙은 자신의 꼬리표를 떼고 대중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용준형은 10일 새 EP ‘로너’(LONER)를 발매하고 4년 만에 활동에 나선다. 불법 촬영물 공유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뒤 첫 공식 행보다.

용준형은 2009년 그룹 비스트로 데뷔했고, 팀이 2017년 이름을 바꾸면서 하이라이트로 활동해왔다. 랩, 노래, 퍼포먼스, 프로듀싱까지 다방면에서 활약한 그는 2019년 3월 가수 정준영에게서 불법촬영된 성관계 영상을 받아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며 팀을 탈퇴했다.

정준영은 가수 승리 등이 속한 단톡방에서 성관계 불법 촬영 영상들을 수차례 유포한 혐의를 받았고 용준형이 이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용준형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이후 용준형이 정준영과 개인 채팅방을 통해 불법 촬영물을 공유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을 샀다. 당시 용준형은 “동영상을 받은 적 있고 그에 대해 부적절한 대화도 했다. 이 모든 행동이 너무나 부도덕한 행동들이었고 내가 어리석었다”고 사과했다.

일명 ‘정준영 단톡방’ 멤버가 아니었기 때문에 법적 처벌은 받지 않았지만, 불법 촬영 영상을 직접 공유하지 않았더라도 해당 영상을 본 사실을 시인하고 부적절한 대화를 오고 간 것이 확인된 만큼 도덕적인 비난을 면하긴 어렵다.

제대로 된 자숙의 시간을 가졌는지도 의문이다. 팀을 탈퇴한 용준형은 곧바로 입대를 택했다. 군 복무 중 부상으로 사회복무요원으로 편입됐으며 지난해 2월 소집 해제된 그는 독립 레이블 블랙 메이드를 설립하고 독자 행보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그의 활동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그는 SNS를 통해 “내가 싫다면 팔로잉을 멈추고 날 보지 마세요”라는 ‘저격글’을 올려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번 앨범에는 ‘층간 소음’을 비롯해 ‘차라리 내가 싫다고 해’, ‘론리’, ‘프라하’, ‘겟 오버 유’, ‘피시스’까지 용준형의 자작곡 6곡으로 구성된 EP다. 앨범명 그대로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감정선을 담았다. 또한 용준형은 다음달 단독 콘서트를 열고 솔로 아티스트의 행보를 이어간다.

앨범 발매를 앞두고 10일 진행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팬들의 기대감에 못 미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도 많이 했다”며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불미스러운 논란에 대해서도 “난 그 어떤 단톡방에도 속해 있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대화에서 잘못된 부분이 있었음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그걸 바로잡지 못한 게 내 잘못임을 뉘우치고 있다. 앞으로 좋은 일로만 인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짧은 사과와 해명으로 정면돌파에 나선 용준형이지만 일련의 논란과 이슈로 그의 복귀를 향한 대중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홀로서기를 택한 그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블랙 메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