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인 맞춤 전술 대신 '하던 대로'
훈련 3일 차에도 팀 전체 미팅 안 해
컨디션 조절.조직력 강화에 더 중점

'우리의 축구'를 향한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의 뚝심은 확실하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022 카타르월드컵을 앞두고 대회가 열리는 카타르 도하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14일 입국한 대표팀은 15일까지 두 차례 훈련을 실시하며 대회 준비에 들어갔다. 16일 오전 손흥민까지 입국하면서 카타르 입성 3일 차에 대표팀은 완전체를 이루게 됐다. 
3일 차에 돌입했지만 벤투 감독은 아직 팀 전체 미팅을 하지는 않고 있다. 훈련 전 10분 정도 스피치를 했을 뿐 실내에서 하는 공식 미팅은 실시하지 않았다. 
팀 미팅은 상대를 분석하고 경기에서 어떻게 준비할지를 선수 전원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자리다. 일반적으로 국내 감독은 팀 미팅을 굉장히 중요한 과정으로 여긴다. 특히 월드컵처럼 큰 대회를 앞두고는 1차전 상대를 일찌감치 집중적으로 분석해 대비책을 세운다. 각 포지션 별로 어떻게 경기를 준비해야 할지 상세하게 설명한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벤투 감독은 조금 다르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언제 팀 미팅을 실시할지는 알 수 없다. 협회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미정이다. 벤투 감독은 원래 팀 미팅을 자주 하지 않고 갑자기 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일단 상황을 봐야 할 것 같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시기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벤투 감독은 손흥민이 합류해 선수단 전원이 모여야 첫 번째 팀 미팅을 열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있다. 상대보다 우리 축구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년간 벤투 감독은 우리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여겼다. 어떤 상대를 만나도 자신이 추구하는 짧은 패스를 통해 전진하고 경기를 지배하는 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상대의 전력에 따라 공격과 수비에 할애하는 시간이 달라질 수 있지만 큰 틀에서 기조를 달라지지 않아야 한다는 게 벤투 감독의 철학이자 구상이다. 
벤투 감독 아래에서 우리 선수들은 4년간 일관성 있는 축구를 해왔다. 갑작스러운 노선 변경이 없는 한 팀 미팅은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선수들이 감독이 요구하는 바를 이미 잘 이해하고 있는 만큼 미팅보다는 컨디션 조절과 체력 회복, 조직력을 끌어올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렇다고 벤투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상대국 분석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극단적인 맞춤 전술을 위해 우리의 축구를 포기할 정도로 큰 변화는 줄 생각이 없다는 정도로 해석하면 된다. 
월드컵에 임하는 벤투 감독의 자세는 국내 지도자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그가 추구해온 축구가 월드컵에서 세계적인 팀들을 맞아 어떤 결실을 낼 수 있을지 더 궁금한 이유다.

도하(카타르) | 정다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