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글 하나가 거센 파장을 불러왔다.
지난 2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이경의 사생활을 폭로한다’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자신을 ‘독일인 여성’이라고 밝히며 이이경과의 대화 내용을 주장하는 캡처 이미지와 영상을 게재했다.
내용은 자극적이었다. 게시글은 순식간에 온라인 전역으로 확산됐다. 확인되지 않은 주장에도 불구하고 “충격이다”, “이이경 맞다”는 식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루머는 사실보다 빠르게 번졌다. 이미지와 영상은 수십 번 복제됐다.
이에 이이경 소속사 상영이엔티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게재 및 유포되고 있는 사안과 관련해 허위 사실 유포 및 악성 루머 등으로 인한 피해에 법적 조치를 준비 중“이라고 입장을 밝혔지만 논란은 계속됐다.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논란이 불거진 지 이틀 만인 22일 새벽, A씨가 SNS를 통해 “처음엔 장난으로 시작했다”며 사과문을 올린 것이다.
그는 “AI 사진을 쓰다 보니 진짜처럼 느껴졌다. 배우님께 피해를 드려 죄송하다.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감수하겠다”고 밝혔다. 폭로의 당사자가 허위임을 인정한 셈이었다.
사과 이후에도 이미 퍼진 루머는 지워지지 않았다. 이이경을 향한 비난은 형태를 바꿔 이어졌다. “그래도 뭔가 있을 것 같다”, “사과해도 수상하다”는 식의 댓글이 계속 달렸다. 악플러들은 사과문을 ‘연기’로 몰아가며 추가적인 억측을 쏟아냈다.
이이경은 2012년 영화 ‘백야’로 데뷔해 드라마 ‘고백부부’ ‘으라차차 와이키키’ ‘검법남녀’ ‘내 남편과 결혼해줘’ 등 다수의 작품에서 활약해왔다. 최근까지도 예능 ‘놀면 뭐하니?’ ‘나는 솔로’ 등에 출연하며 꾸준히 대중과 소통해온 그는 이번 사태로 예상치 못한 타격을 입었다.
문제는 개인의 해명이 아닌 구조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온라인상 허위 루머와 악플이 반복되는 이유는 ‘익명성’과 ‘가벼운 처벌’ 때문이다. 사과와 사실 확인 이후에도 남는 댓글은, 법보다 빠른 ‘여론의 재판’을 상징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악플 처벌의 미비함’과 직결된다고 지적한다. 현행법상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은 최대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사례의 대부분은 벌금형이나 기소유예에 그친다. 실질적 경각심을 주기엔 부족한 것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연예인에게 잘못이 있다면 비판할 수 있지만, 허위 사실이나 과도한 조롱은 명백한 폭력”이라며 “한 번의 사과로도 회복이 불가능한 상처를 남긴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중이 자숙의 시간을 인정하지 않고 ‘끝장내기식’으로 몰아가는 문화는 결국 사회 전체의 피로도를 높인다”고 꼬집었다. khd998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