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을 5번 정도 봤지만 모조리 떨어졌다. 그러다가 공석이 생겼다고 해서 다시 오디션을 봤다. 카메라 테스트까지 또 5번이었다. 떨어졌다면 드라마를 보면서 ‘내가 했어야 됐는데’라는 생각을 많이 했을 것 같다. 하하.”

혜성 같이 등장한 신예인 줄 알았는데, 자그마치 10번의 오디션을 거쳐 tvN 토일드라마 ‘슈룹’에 합류했다. 극 중 날파람둥이 왕자 무안대군 역을 맡아 데뷔한 배우 윤상현(20)은 “좋은 작품의 일원이 될 수 있어서 기쁘다. 보람차다”며 활짝 웃었다.

마냥 들떴을 만도 한 그는 첫 TV 드라마이자 사극인 ‘슈룹’에 임하기에 앞서 부담감이 상당했다고 털어놨다. “방송 직전 예고편을 보는데 선배님들이 좌르르 나오시더라. 처음이다 보니까 정말 걱정을 많이 했다. 중간에 캐스팅됐다는 연락을 받고, 그날 밤새워서 대본을 봤다. 현장에서 떨지 않으려고 열심히 준비했다. 아무래도 사극이라서 현대에서 쓰지 않는 단어가 많아서 검색도 하고 입에 붙게 하려고 했다.”

윤상현은 세간의 우려와 달리 화령(김혜수 분)의 속을 꽤 썩이지만 밉지 않은 무안대군을 능청스럽게 소화했다. 그럼에도 아쉬움은 남았다. “제 역량을 100% 발휘하지 못했다. 조금 더 내려놔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으면 무안대군이 더 매력적이었을 것 같다. 스스로 100점 만점에 75점을 주고 싶다.”

이처럼 스스로 냉정한 평가를 내렸지만, 함께한 선배들은 그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샀다는 전언이다. “최근에 회식을 했었는데 윤황후를 연기하신 서이숙 선배님을 처음 뵀다. 서이숙 선배님이 최우식 선배님의 데뷔작인 드라마 ‘짝패’에 나오셨었는데, 저를 보고 그때의 최우식 선배님을 보는 것 같다고 하셨다. 사실 제가 최우식 선배님의 팬이다. 그래서 엄청 흥분하고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윤상현은 ‘슈룹’에서 대선배이자 소속사 식구 김혜수와 모자로 호흡했다. 현장에서 김혜수를 비롯해 관록 있는 배우들의 노하우를 체감했다는 그는 “연기를 편하게 할 수 있도록 해주셨다. 그리고 무안대군 캐릭터에 맞게 여러 제안을 많이 해주셨다.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에 도움이 됐다. 생각도 못 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하나라도 얻어가려고 했다”며 감사를 표했다.

문상민(성남대군 역), 강찬희(의성군 역), 배인혁(세자 역), 유선호(계성대군 역), 박하준(일영대군 역), 김민기(보검군 역), 문성현(심소군 역)과도 합을 맞췄다. 윤상현은 배우가 되는 꿈을 이룬 작품에서 같은 꿈을 꾸는 또래를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고 했다.

“첫 작품이니까 그전까지 같은 꿈을 꾸는 친구들을 만날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슈룹’에서의 시간이 더 재밌고 소중했다. 앞으로도 친하게 지내면서 더 좋은 현장에서 만나고 싶다. 마지막 회가 방송된 날에도 스케줄이 되는 왕자들과 같이 밥을 먹었다.”

첫 촬영부터 동침한 초월 역의 전혜원 역시 가까워졌다고 덧붙였다. 윤상현은 “처음 대사 없이 옷을 벗고 있는 장면에서 만났다. 상당히 어색했다. 이후 부산에 살았다는 공통점도 찾고 대화를 많이 하면서 친해졌다. 그래서 현장에서 재밌게 지내고 연기를 편하게 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학창 시절 정해진 꿈이 없었다는 윤상현은 ‘슈룹’으로 꿈에 확신을 얻고, 새로운 꿈을 얻었다. “원래 정해진 꿈은 없었다. 평범한 남자애들처럼 축구선수가 되고 싶었던 적도 있다. 배우는 제가 처음으로 관심을 가진 직업이다. 다양한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더라. ‘슈룹’을 통해서 굉장히 좋은 시작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저의 다양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이제 첫발을 뗀 신인 윤상현의 목표는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다작 배우’다. “내년에 꼭 작품 2개 이상을 해보고 싶다. 교복도 입어 보고 싶고, 스릴러도 해보고 싶고, 로맨틱코미디도 재밌을 것 같다. 장기적으로는 연기할 때 정말 멋진 배우가 되고 싶다. 그러려면 연기를 잘해야 한다. 많이 관심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했고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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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스포츠서울 | 심언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