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이정재가 지난 2021년부터 이어진 ‘오징어 게임’ 여정을 마무리했다. K콘텐츠의 지평을 연 작품인 만큼 손뼉 치며 떠나야 하는데 어쩐지 아쉽기만 한 이정재다.
이정재는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최종장인 시즌3 공개에 대해 “오랫동안 준비해서 그런지 아쉽다. 오랜 시간 동안 스태프들과 함께했던 추억들이 끝나는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오징어 게임’ 시즌3는 실패로 끝난 반란 이후 성기훈(이정재 분)의 최종 여정을 담았다. 이와 함께 프론트맨(이병헌 분)과 잔인한 게임 속에서 살아남은 참가자들의 마지막 운명을 그렸다. 특히 시즌3는 이전 시즌과 마찬가지로 공개 첫 주부터 열띤 호응을 얻었다. 단 3일 만에 6010만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글로벌 TOP 10 1위를 석권했다.
이정재는 지난 2021년부터 4년간 함께해온 성기훈에 대해 “‘잘했다’고 칭찬할 순 없지만 ‘수고했다’는 말은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시간이 흐르고 다시 이 작품을 봤을 때 아쉬움이 있을 순 있지만, 지금으로선 최선을 다한 것 같다”고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이전 시즌이 큰 성공을 거뒀다는 것은 작품을 이끌어가는 주연 배우에겐 부담감으로 작용했다. 사랑받는 것은 기쁘지만 동시에 압박감도 더해졌다. 이정재는 “시즌2부터 부담감이 굉장히 심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근데 막상 촬영장에 들어가니까 다행히 싹 없어졌다”며 “그날그날 찍어야 하는 분량에 집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없어졌다”고 이야기했다.
모든 시즌의 피날레를 담은 시즌3는 많은 사랑과 함께 호불호 반응을 일으켰다. 다양한 메시지를 향한 호평도 쏟아졌지만 난잡해진 이야기와 넘쳐나는 인물에 대한 혹평도 이어졌다. 이정재 역시 “호불호는 항상 모든 작품마다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은 단순히 일반적인 재미만 쫓는 프로젝트가 아니다. 이야기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고, 에피소드마다 소주제로 전달하려는 이야기가 있다 보니 갑론을박이 나오게 되는 것 아닌가 싶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자신의 연기톤에 대한 호불호 반응도 언급했다. 시즌2 공개 당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술래잡기 게임에서 성기훈이 다른 참가자에게 “난 이 게임을 해봤어요. 얼음!”이라고 외치는 장면을 두고 한차례 연기력 논란이 불거진 탓이다.
당시 일각에선 성기훈의 과잉된 감정이 오히려 몰입을 방해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더불어 이정재의 또 다른 주연작 ‘관상’ 속 수양대군을 떠올리게 한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시즌1에서 보여준 성기훈과 어딘가 달라진 모습은 갑론을박을 야기했다. 여기에 성기훈의 결말까지 더해져 시청자들의 아쉬운 목소리가 높아졌다.
연기력 논란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이정재는 “그럼 제가 잘못했나보네요”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도 “최선을 다했다. (엔딩신은) 여러 버전으로 촬영했던 장면이고, 편집 과정에서 황동혁 감독이 가장 적절한 것을 고른 것”이라며 “저를 포함한 많은 분의 의견을 수렴해서 여러 시도를 했다. 빈 공간으로 느껴지는 장면들도 있을 텐데 그건 시청자 각자의 감정으로 채우려는 것이 감독님의 의도가 아니었을까”라고 해석했다.
사실 ‘오징어 게임’ 시즌2, 3는 예정된 작품은 아니었다. 시즌1이 전무후무한 성공을 거두며 후속편이 논의됐다. 후속편이 제작되며 다양한 게임과 이야기가 새롭게 탄생했지만 여느 작품이 그러하듯 모든 시청자를 만족시킬 순 없었다.
이정재 역시 “시즌1이 워낙 성공했기 때문에 계획되지 않은 후속편을 만들어야 했다. 작품을 사랑해주신 팬들에 대해 보답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창작자의 입장에서 시청자와 소통하고 싶은 주제나 메시지가 있었다. 그 의도를 최대한 따르려고 했다. 단 한 번도 전개에 대해 의구심을 품은 적은 없다”고 답했다.
이정재는 이미 국내에선 톱스타다. 이어 ‘오징어 게임’으로 글로벌 스타가 된 이정재는 또 다른 스타의 경지에 올랐다. 이에 대해 이정재는 “이 작품으로 제가 상상해보지 못한 경험을 해봤다. 제가 해외에서 유명해지고, 상을 받게 되는 걸 상상해본 적은 없다”며 “해외에선 아무래도 저를 잘 모르셨으니까 색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저는 좋은 시대에 태어나서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오징어 게임’ 시리즈의 가장 큰 수혜자를 뽑으라면 단연 이정재다. 본인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다. 이정재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언가 바뀐 건 아니다. ‘‘오징어 게임’으로 네 인생이 얼마나 바뀌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큰 성공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제가 꾸준히 연기를 해왔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고 인사했다. sjay09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