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은 걱정 안해도 될 것같다.”
이번 리우 올림픽 골프 여자부 경기에서 박인비의 활약을 본 프로골퍼 출신 여민선 본지 골프 해설위원이 첫 마디로 던진 말이다. 여민선 위원은 올림픽이 시작되기 직전 여론이 손가락 부상으로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는 박인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커지던 시점에서도 “박인비 정도 레벨의 선수가 부상을 안고 무리하게 출전하지는 않을 것이다. 성적은 곧 자존심이기 때문에 출전을 결정했을 때는 그만큼 자기기량을 다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서다”라며 박인비의 선전을 전망했었다. 여 위원은 “이번 올림픽 경기를 보니 우려와 달리 스윙 리듬이 무척 좋아보였다. 역시 클래스가 다른 선수다. 색깔이 문제지 메달은 걱정 안해도 될 것같다”고 밝혔다.

아직 여자골프 경기는 라운드를 많이 남겨둔 상황이지만, 적어도 1라운드에서 보여준 박인비의 경기력에서는 부상의 그늘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올림픽 출전 전까지만 하더라도 왼쪽 엄지손가락 부상으로 우려를 자아냈던 박인비는 언제 그랬냐는 듯 연습에서 홀인원을 기록하더니 17일 진행된 본 경기 1라운드에서는 5언더파 66타를 기록해 지켜보던 이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특히 보기는 한 개도 없었고 대부분의 홀에서 버디 찬스를 만들어 낼만큼 대단한 활약을 펼쳤다. 공백으로 인해 우려되던 체력에도 문제가 없었다. 후반 10번홀부터는 3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순식간에 선두권으로 뛰어올랐다. 예전 박인비의 모습 그대로다. 박인비 조차도 “이렇게 좋은 라운드를 언제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 “보기 없는 라운드를 마친 것이 마음에 든다. 샷이 좋아서 버디 기회가 많았다. 2~3개 정도 더 살릴 수 있었는데 못 살려서 좀 아쉽다”고 말했을 정도다. 

박인비의 경기를 눈여겨 지켜본 여민선 위원은 “손가락 부상이 생각보다 빨리 회복된 것으로 보인다. 백스윙에서 내려올 때 헤드가 내려오는 각도가 날카롭더라.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여 위원은 골프선수에게 특히 손가락 부상은 어떤 부상보다 통증이 심하고 오래 가는 부상이지만 박인비가 철저한 관리와 훈련으로 빨리 극복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스윙을 보면 그동안 손만 쉬고 나머지는 엄청나게 노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체중이동이 확실하고 비거리도 돌아왔다”면서 “3,4라운드에서는 그린에 적응이 돼서 퍼팅도 더 좋아질 것이다. 언제 불어닥칠지 모르는 바람에 잘 적응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JTBC골프 임경빈 해설위원은 “부상 걱정을 많이 했는데 샷이 굉장히 좋았다. 퍼팅도 나쁘지 않았다. 참 대단한 선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메이저대회에서 7번이나 우승한 저력이 나오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그동안 떨어졌던 경기감각이 4라운드동안 한번은 위기로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메달 회득의 관건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임 위원은 또 “박인비는 특별한 한 경기에는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선두로 나가면 웬만해서는 뒤로 안처지는 선수이기 때문에 3라운드까지 선두권을 유지한다면 충분히 금메달을 바라볼만 하다”면서 “바람도 변수인데 박인비는 탄도가 가장 낮은 샷을 구사하는 점에서도 이 코스와 잘 맞는다. 아리야 주타누간(태국) 김세영과 벌이는 3명의 대결이 볼만할 것같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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