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나리'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거머쥔 가운데 아카데미(오스카) 수상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지난 1일(한국시각 기준) 미국 뉴욕 레인보우 룸과 LA 베벌리힐즈 힐튼 호텔에서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동시 개최됐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가 주관하는 시상식으로, 아카데미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오스카 전초전으로 불리기도 한다. 올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온라인 생중계 진행됐다.

이날 '미나리'는 덴마크 '어나더 라운드', 프랑스·과테말라 합작 '라 요로라', 이탈리아 '자기 앞의 생' 미국·프랑스 합작 '투 오브 어스' 등을 제치고 외국어영화상 수상작으로 호명됐다. '미나리'는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정을 담은 영화로, 한국계 배우와 충무로 대표 배우들이 출연하고 한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정이삭 감독은 화상 인터뷰를 통해 "'미나리' 팀의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 앨런 킴, 노엘 케이트 조 모두에게 감사하다"며 "가족 영화인 '미나리'에는 언어가 중요하지 않다. 모두 행복하길 바란다"는 수상 소감을 전했다.

앞서 '미나리'는 제36회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 수상을 시작으로 전 세계 영화협회 및 시상식에서 77관왕 157개 노미네이트라는 쾌거를 이뤘다. 무엇보다 '미나리'에서 외할머니 순자 역을 맡은 배우 윤여정은 전미비평가협회상, LA비평가협회상 여우조연상을 비롯해 총 27개의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3월 4일 기준)

한편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대사의 50% 이상이 영어로 이루어져야만 작품상 후보에 지명한다는 기준이 있다. 이에 대사의 대부분이 한국어인 '미나리'를 작품상이 아닌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분류해 시대착오적이고 인종차별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일각에서는 윤여정을 여우조연상 후보에 넣지 않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주요 외신들은 "아카데미에서는 더욱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며 "윤여정의 여우조연상, 스티븐 연의 남우주연상, 한예리의 여우주연상 후보 지명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미나리'를 연출한 정 감독은 미국 감독이고, '미나리'가 미국에서 촬영됐고, 미국 업체 투자를 받았음에도 외국어영화상 후보에만 올라 작품상 부문에서 경쟁할 수 없었다"며 "배우들도 연기상 후보에 오를 자격이 충분했으나 상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CNN 방송 또한 "할리우드의 인종차별에 관해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게 됐다. 미국 인구의 20% 이상은 영어 이외의 언어를 사용한다"며 작품상 후보에서 '미나리'를 배제한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비판했다.

미국 연예매체 엔터테인먼트 투나이트는 "올해 골든글로브 후보 선정에 있어 가장 황당한 것은 윤여정을 여우조연상 후보에 넣지 않은 점"이라며 "이는 오스카에서 바로잡힐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도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뒤 같은 해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포함 4관왕에 오르는 영예를 안은 바. '미나리' 역시 기세를 몰아 다음달에 있을 아카데미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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