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개국 체제에 네 팀씩 조별리그 진행
팀 간 전력 차 뚜렷… 수준 저하 불가피
성공 기준 '최소 토너먼트 2R'로 상향
 

48개국 체제로 거듭나는 다음 월드컵부터는 토너먼트 라운드가 진정한 의미의 월드컵이 될 전망이다.
국제축구연맹(FIFA)는 14일 평의회를 통해 2026 북중미월드컵 포맷을 확정하고 구체적 방식을 발표했다. 다음 월드컵에서는 참가국이 기존 32개국에서 16개 늘어난 48개국으로 진행된다.
애초 FIFA는 세 팀씩 16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진행하고 조 1~2위가 32강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려고 했다. 하지만 조별리그 최종전을 동시에 치를 수 없어 담합 우려가 발생하고, 긴장감이 떨어질 수 있다는 약점이 우려됐다. 이를 보완해 FIFA는 원래 방식대로 한 조에 네 팀씩 총 12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진행하기로 했다.
조 1~2위가 32강에 직행하고 3위 팀 중 성적이 좋은 8팀이 살아남는 포맷이다. 최소 3경기씩을 보장하는 동시에 휴식 기간도 고르게 분배할 수 있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더불어 경기 수가 결승전을 포함해 총 104경기로 기존안(80경기)보다 늘어나 FIFA 입장에서는 막대한 수입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
가장 우려하는 점은 조별리그에 너무 약한 팀들이 출전해 각 팀 간의 심각한 전력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월드컵이라는 지구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에서 일방적인 스코어나 나와 대회의 수준을 저하시킬 가능성이 크다. 특히 상대적으로 FIFA 랭킹이 낮고 실제로 전력도 떨어지는 팀들의 약세가 걱정거리다.
특히 다른 대륙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편에 속하는 아시아 팀들이 더 많이 참가한다. 기존 4.5장에서 8장에 대륙 간 플레이오프 진출 티켓까지 주어지는 만큼 자칫 '동네북' 신세가 될 수 있다. 아프리카도 5장에서 9장으로 늘어나고 플레이오프 진출권까지 가져간다. 오세아니아에서도 최초로 1장의 티켓을 보장 받는다. 조별리그 수준 저하는 불가피하다.
대회 포맷의 변화로 각 팀들 목표도 전과는 달라질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전력이 떨어지는 팀들은 조별리그에서 생존을 목표로 삼는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보통 16강 진출이 성공의 기준이 된다. 하지만 참가국이 16개나 늘어났기 때문에 조별리그 통과의 가치가 전과는 같은 평가를 받지는 못하게 됐다.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면 굴욕적인 결과라고 봐야 하고 최소 32강에서 승리해 16강에 가야 선전했다는 칭찬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다워기자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