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신드롬’이 2024년에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이 낳은 두 예술가가 영화 산업 양대 산맥의 고지를 밟았다. 수년째 베를린의 애정을 받고 있는 홍상수 감독은 보란 듯 트로피를 거머쥐었고 넷플릭스 ‘성난사람들’의 스티븐 연은 올해 에미상과 골든글러브, 크리틱스 초이스에 이어 SAG까지 섭렵하며 총 4관왕에 올랐다.

2019년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이후 K 콘텐츠는 유럽과 미국을 가리지 않고 낭보를 전해오고 있다. 이후 영화 ‘미나리’(2021)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2021)등이 전세계에 ‘K 콘텐츠’의 위엄을 떨쳤다.

홍상수 감독은 31번째 신작 ‘여행자의 필요’로 24일(이하 현지 시각)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은곰상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은곰상은 최고 작품상에 해당하는 황금곰상에 이은 2등상에 해당한다.

홍감독이 은곰상을 수상한 건 2017년부터 올해까지 총 다섯번째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7)로 은곰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뒤 ‘도망친 여자’(2020)로는 은곰상 감독상, ‘인트로덕션’(2021)으로는 은곰상 각본상, ‘소설가의 영화’(2022)로는 은곰상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올해 ‘여행자의 필요’는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기록이다.

홍상수 감독은 “심사위원단에 감사하다. 내 영화에서 무얼 봤는지는 모르겠다. 궁금하다”라고 소감을 밝혀 폭소를 자아냈다.

이 영화는 프랑스에서 왔다는 이리스(이자벨 위페르 분)가 한국에서 이송(김승윤 분)과 원주(이혜영 분)에게 프랑스어를 가르치고 막걸리를 마시는 이야기를 담았다. 홍상수 감독의 연인인 배우 김민희가 제작실장으로 참여했다. 다만 김민희는 이번 베를린 영화제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해외 영화매체인 더 필름스테이지는 “홍상수의 ‘여행자의 필요’는 최근 몇년 간 나온 그의 작품 중 가장 재미있는 작품으로, 신선한 공기처럼 당신을 스쳐가는 영화”라고 극찬했다.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는 “지치지 않는 한국 작가의 가장 엉뚱하고 비밀스러운 부분을 발견했다”고 평했다.

홍감독의 작품 뿐만 아니라 올해 베를린 영화제에서는 ‘범죄도시 4’(스페셜 갈라 부문), ‘파묘’(포럼),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제너레이션 K플러스), ‘서클’(단편 경쟁) 등 5편의 한국 영화가 선보여 현지 취재진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이외에도 김혜영 감독의 장편 데뷔작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는 수정곰상을 받았다.

한국계 배우 스티븐연은 미국배우조합상 시상식인 SAG에서 TV영화·미니시리즈 부문 남자연기상의 영예를 안았다.

스티븐 연은 2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열린 제30회 미국배우조합상 시상식에서 “내가 이 일을 그만두도록 심하게 반대하지 않으신 어머니와 아버지께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자신의 연기코치를 언급하며 “매번 내가 ‘넌 이해 못 해. 이건 아주 한국적인 것 같아’라고 말할 때마다 그녀는 ‘아니, 그건 우리 모두가 겪는 일이야’라고 말해줬다. 그게 내게는 정말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가장 한국적인 게 세계적이라는 의미다.

1995년 처음 시작된 미국배우조합상(SAG)은 미국감독조합상(DGA), 미국제작자조합상(PGA), 미국작가조합상(WGA)과 함께 미국 4대 조합상으로 불린다. 특히 배우들이 뽑은 연기자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버라이어티는 “‘성난사람들’은 스티븐 연에게 성공적인 TV복귀작이다. 영화 ‘미나리’와 ‘놉’(2022)에 출연한 스티븐 연은 현실에서는 가슴 뛰는 인물이다. 반면 ‘성난사람들’에서는 인생의 패자를 신뢰감 있게 표현했다”라고 평가했다.

올해 스티븐 연의 행보는 특별하다. 지난 1월 열린 제81회 골든글러브와 제75회 에미상, 제29회 크리틱스초이스상 시상식에서도 남자 배우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이번 SAG까지 수상에 성공하면서 배우 인생에 화양연화를 누리고 있다.

지난 2020년 제26회 미국배우조합상에서 영화 ‘기생충’이 해외영화로는 처음으로 앙상블상을 수상했으며, 지난 2022년 제28회 미국배우조합상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스턴트 앙상블상 수상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성난 사람들’은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재미교포 도급업자 대니 조(스티븐 연 분)와 삶이 만족스럽지 않은 베트남계 미국인 사업가 에이비 라우(앨리 웡 분) 사이에서 벌어진 난폭 운전 사건을 그렸다.

푸른여름스토리연구소 김태원 대표는 “한국적인 가치관에 충실한 작품이 세계에 더 강력하게 전달되고 있다. 그와 더불어 한국의 창의적인 예술가들의 재능이 잘 발현되고 있어 이러한 성과가 나오는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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