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로 시작하는 욕은 다 먹었어요.”

배우 임시완이 ‘오징어 게임’ 세계관 속 최강 빌런에 등극했다. 예상했던 일이지만, 생각보다 후폭풍이 거셌다. 전 세계 시청자들의 ‘글로벌 빌런’이 됐다.

임시완은 지난 1일 스포츠서울과 만나 “후련하다. 시즌2, 시즌3를 거쳐서 촬영 기간까지 포함하면 2년 정도의 시간이었다”며 “이제야 드디어 명기를 떠나보낼 수 있겠다는 해방감에 후련함이 크다”고 소감을 전했다.

앞서 임시완은 ‘오징어 게임’ 시즌2에서 코인 투자로 거액의 빚을 지게 된 유튜버 명기 역으로 첫 등장했다. 시즌2 당시 비열한 기회주의자 모습으로 많은 이들의 분노를 유발했던 명기는 시즌3에선 그 ‘포텐’이 제대로 터졌다.

명기가 시즌2에선 여자친구 준희(조유리 분)를 위하는 척 자신의 사리사욕을 챙기는 인물이었다면, 시즌3에선 준희가 출산한 자기 핏줄까지 이용해 상금 456억원을 향한 탐욕을 드러냈다.

명기의 행동은 용서받을 수 없지만, 중간중간 드러나는 명기의 고뇌는 다소 인간적이다. 자신의 승리를 위해 다른 참가자를 죽이면서도 이런 행동이 인간성을 해치는 선택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괴로워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명기는 한없이 비열하지만 그 내면은 스스로도 통제할 수 없는 혼돈이 있다.

이는 명기를 연기한 임시완에게도 와 닿았다. 임시완은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땐 빌런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황동혁 감독님이 ‘마냥 빌런은 아니고 인간적인 모습에 가깝다’고 하시더라. 그때부터 혼란이 가중됐다”고 털어놨다.

‘명기’라는 인물의 중간을 찾는 과정은 어려웠다. 지나치게 인간적이어서도, 타노스(최승현, 탑 분) 무리보다 눈에 띄게 나쁜 놈이어도 안 됐다. 시청자들이 모르는 사이 서서히 명기의 민낯이 드러나야했다.

임시완은 “혼자 굉장한 고민과 혼란의 시간을 겪었다. 그런데도 한 가지 명확하게 가져가려 한 것은 준희를 향한 마음이었다”며 “준희에 대한 마음만큼은 처음부터 끝까지 진실됐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준희를 향한 마음이 진실할 지라도, 명기가 비열한 인물임은 변함없다. 무엇보다 명기의 비열함이 폭발하는 순간은 마지막 오징어 게임 라운드다. 최소 1명 이상의 죽음이 필요한 마지막 게임에서 명기는 자신의 아이마저 이용한다.

임시완은 “명기는 성기훈과 다르다. 성기훈과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명기는 용기 있는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아이를 희생시키고 어쩔 수 없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외부 요소들을 탓했을 것 같다”고 명기의 속마음을 해석했다.

그야말로 역대급 빌런이었다. 후폭풍은 임시완에게 날아왔다. 글로벌 팬들의 열띤 반응에 대해 임시완은 “욕이란 욕은 다 듣고 있다. 세계적은 비호감이 된 것 같다. ‘F’로 시작하는 워딩들이 온다”며 “지금은 그것마저 즐기고 있다”고 웃음을 보였다.

지나치게 우울하단 평가가 있긴 해도 ‘오징어게임’은 전 세계 가장 인기 있는 시리즈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신드롬을 일으킨 작품에 참여한다는 것은 배우로서 특별한 경험이었다.

임시완은 “‘오징어 게임’이라는 테마파크에서 긴 시간 동안 놀았다는 느낌이 든다”며 “‘저’라는 사람에 대한 가능성을 스스로 닫아두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작품이나 캐릭터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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