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인부터 모태솔로까지, 이제 TV 속 주인공이 새롭게 바뀌고 있다.

한때는 기자였다. 손석희 앵커가 JTBC ‘뉴스룸’에서 기자들을 화면 앞으로 끌어내며 뉴스의 풍경을 바꿔놓았다. 그다음은 셰프였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가 요리사를 예능의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이후 전문직의 일상은 대중의 관찰 대상이 됐다. 연애 리얼리티의 중심은 일반인이 차지했다.

이혼, 육아, 은퇴 등 세대와 관계의 확장도 이미 수차례 다뤄졌다. 최근에는 유튜버·크리에이터까지 방송 포맷 안으로 흡수됐다. 방송가는 이제 더 이상 꺼내들 새 직업군이 없다는 판단 아래 ‘익숙하지 않은 정체성’을 다음 소재로 잡았다.

무속인, 점술가, 모태솔로 등이 주인공다. 그간 방송가에서 배제돼 있던 인물들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연애 예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직업군은 이미 대부분 소진됐다. 이제는 대중에게 낯설지만 신선한 인물을 찾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며 “그 자체로 호기심을 유발하는 동시에, 기존 방송 스타일에서 벗어난 감정선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인물이 관심을 끌기 좋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단지 직업이 독특해서가 아니다”며 “그들이 지나온 삶과 비연예인으로서 감정의 진정성이 새로운 이야기의 소재가 된다”고 말했다. 단지 직업이 아니라, 해당 인물이 지닌 서사에 주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8일 넷플릭스에서 첫 공개되는 새 예능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가 대표 주자다.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는 사랑을 아직 시작하지 못한 이들의 여정을 그린다.

연애 경험 ‘제로’인 이들은 처음 누군가와 시선을 맞추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워간다. 당연했던 일들이 이들에게는 도전이고, 그 낯섦이 오히려 특별한 설렘이 된다.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는 ‘메이크오버’ 콘셉트를 통해 단순한 데이트가 아닌, 자신을 가꾸고 사랑하는 방법을 함께 다룬다. 출연자들은 6주간 PT, 패션, 스피치, 마인드 트레이닝까지 맞춤형 솔루션을 거친다. 겉모습의 변화뿐 아니라 내면의 자신감까지 끌어올리는 ‘연애 준비’가 핵심이다.

연출을 맡은 조욱형, 김노은, 원승재 PD는 ‘모태솔로’라는 키워드에 집중한 이유에 대해 “연애 경험이 없기에 나오는 예상 밖의 반응들이 진정성을 배가시킨다. ‘누구나 한때는 모태솔로였다’는 점을 강조하며, 시청자들이 자신의 첫 연애를 떠올릴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SBS ‘신들린 연애2’도 사랑에 신기를 더한 파격적인 콘셉트로 또 한 번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2월 시즌2로 돌아온 이 프로그램은 점술가들이 모여 자신과 타인의 운명을 점쳐가며 이상형을 찾아가는 독특한 연애 리얼리티다.

‘신기’는 때로는 날카로운 통찰로, 때로는 낯선 공감으로 작용한다. 5인의 무당, 2인의 사주 전문가, 1인의 점성술사 등 각기 다른 점술 능력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타로카드와 사주풀이로 상대방을 이해하고, 심지어 MBTI를 맞추거나 미래의 연애 상황을 예측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이 프로그램이 돋보이는 지점은 ‘진심’이다. 10년 차 은행원, 신병을 앓은 가족 이야기 등 출연자들의 진솔한 과거가 드러나며, 이들의 진정성이 조명된다. 화려한 점술 능력보다도 서로를 향한 조심스러운 접근과 연애와 인생 사이의 관계가 프로그램의 중심을 잡는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연애 리얼리티가 일정한 서사 구조를 반복하며 대중에게 익숙한 공식처럼 소비되고 있다. 출연자의 등장부터 첫인상, 호감과 갈등, 연결과 이별까지 이어지는 전개 방식이 이미 예측 가능한 틀로 굳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형식의 고착화 속에서 ‘무속인’이나 ‘모태솔로’처럼 낯선 정체성을 지닌 인물들이 새로운 돌파구가 되고 있다”며 “연애에 서툴고 기존 코드에서 벗어난 출발점이 오히려 더 큰 공감과 몰입을 유도하며, 연애 예능에 대한 대중의 기대감을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khd998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