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는 이제 악당이 돼야 한다.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인기가 가장 많은 팀은 단연 아르헨티나다. 정확히는 리오넬 메시의 우승을 바라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다. 카타르 현지를 방문한 아르헨티나 국민뿐 아니라 세계 다양한 나라의 축구팬이 메시를 응원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경기 취재를 위해 메트로를 타고 경기장에 갈 때면 여러 국적의 사람들이 아르헨티나 유니폼을 입고 이동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경기 날이 아니어도 길거리 곳곳에서 아르헨티나, 메시의 유니폼을 입고 메시의 이름을 환호하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경기장 분위기도 늘 일방적이다. 조별리그 멕시코전을 제외하면 아르헨티나는 늘 압도적인 응원을 받았다. 기자는 현지에서 아르헨티나 경기만 다섯 번이나 본 덕분에 이제 응원가까지 익숙해졌다. 상대 응원가는 기억하지 못해도 아르헨티나 관중이 부르는 노래는 멜로디 정도를 따라부를 수 있을 만큼 귀에 익는다. 특히 ‘Muchachos(젊은이)’이라는 노래가 친숙하다. 검색해보니 ‘나는 디에고와 리오넬의 땅,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났다’라는 가사로 시작한다. 이 노래를 아르헨티나인뿐 아니라 전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메시를 위해 따라부르고 있다.
이번 대회를 처음부터 메시를 위한 무대였다. 1987년생인 메시에게 카타르월드컵은 ‘라스트 댄스’를 펼치는 대회다. 아직 월드컵 우승 경력이 없는 그에게 카타르는 반드시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올려야 할 땅이었다. 마침 네이마르의 브라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포르투갈 등이 모두 8강에서 탈락하며 메시를 위한 판이 깔렸다. 이제 결승에서 프랑스만 넘으면 모든 게 완성된다. 메시는 역대 최고의 축구선수라는 타이틀을 가져갈 수 있고, 이를 고대했던 전 세계 많은 축구팬도 함께 환호할 수 있다.
결승전이 열리는 18일의 루사일 스타디움은 분명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스카이블루’ 유니폼으로 가득찰 전망이다. 8만8000여명이 입장하는 이 경기장에서 8만명 정도는 메시와 아르헨티나를 응원할 게 분명하다. 프랑스의 경우 지난 준결승 모로코전처럼 수천명의 소수 관중만 지지를 보낼 것이다.
프랑스는 악역이다. 경기장 내에 운집한 대다수가 메시의 우승을 응원하는 상황에서 프랑스는 아르헨티나를 이기고 2회 연속 우승 금자탑에 도전한다. 메시나 아르헨티나만큼이나 프랑스도 이 역사를 쓰고 싶어 한다. 역대 월드컵에서 2회 연속 우승을 달성한 팀은 1934~1938년의 이탈리아, 1958~1962년의 브라질뿐이다. 프랑스는 무려 60년 만에 월드컵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한 팀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프랑스는 아르헨티나의 11명뿐 아니라 8만 관중과도 싸워야 한다. 어느 때보다 강인한 정신력으로 무장해 악당을 자처해야 대업을 이룰 수 있다.
스포츠서울 | 도하(카타르)=정다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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