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고 캠프 합류 불펜서 패스트볼 등 점검
감각 살아있어… 포수 "무브먼트 좋다" 엄지 척
'마무리 후보'로 언급 안 돼… 자존심 걸고 도전
박찬호-김하성도 지켜보며 조언과 따뜻한 응원

"컨디션 좋아요. 구속 90마일(약 145㎞) 이상 찍혔던데…."
고우석(26·샌디에고)의 메이저리그(ML) 도전 막이 올랐다. 고우석은 미국 LA를 거쳐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 도착해 시차적응 할 새도 없이 팀 스프링캠프에 합류, 첫 훈련을 소화했다. 컨디션도 좋다. 구속 90마일(약 145㎞)이상 패스트볼을 던져도 무리가 없다. KBO리그 역대 최연소 40세이브 주인공 고우석이 'ML 정복' 준비에 돌입했다.
11일 피오리아 스포츠콤플렉스에서 열린 샌디에고 스프링캠프 첫 훈련에 참가한 그는 불펜에서 30여개를 던지며 패스트볼 구위와 제구, 컨디션 등을 점검했다.
훈련을 마친 후 만난 고우석은 "어제도 가볍게 훈련을 했다. 조금씩 적응돼 가는 것 같다. 바로 불펜 투구를 했다"며 "미국에 도착해서 다행히 잠을 잘 잤다. 아직까진 시차적응이 안 된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컨디션은 좋다"고 말했다.
시작부터 빡빡한 일정이다. 비자 발급 등으로 당초 일정보다 늦게 미국으로 들어왔다. 그래도 첫 불펜 투구부터 좋았던 감각을 찾아가고 있다. 고우석은 "오늘 투구 수는 30개 초반 정도다. 한국에서 준비하면서 좋은 감각을 가지고 왔다. 캠프 첫날 불펜투구를 해 좋은 감각을 다시 찾으려고 노력했고, 조금씩 찾아가는 것 같아 괜찮았다"며 "구속도 90마일 이상 나오더라. 던지면서 점점 더 구속이 잘 나온 것 같다"고 밝혔다.
이날 고우석과 호흡을 맞춘 선수는 지난해 ML 무대에 데뷔한 백업 포수 브렛 설리번(30)이다. 설리번은 공을 받으면서 "굿~나이스!"를 외치며 칭찬했다. 불펜 투구가 끝난 후에도 공이 좋다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두 사람은 어떤 얘기를 나눴을까. 고우석은 "패스트볼, 커브 등 구위는 다 좋다고 얘기하더라. 나는 패스트볼을 던질 때 좌우로 휘거나 회전이 좋지 않을까 신경을 많이 쓴다"며 "이점이 궁금해 물어봤는데 설리번이 '그런 것 없이 괜찮았다'고 했다. 무브먼트도 좋다고 얘기를 많이 해 줬다"고 설명했다. 이날은 특히 '코리안 특급' 박찬호 샌디에이고 특별고문이 지켜보는 앞에서 투구했다. 박 고문 역시 투구를 지켜보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고우석은 "(박찬호 고문이) 얘기를 너무 많이 해주셔서 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투수코치와 나눴던 얘기들을 내게 다시 알려주셨는데, 다음 스케줄이 있는데도 계속 알려주셔서 다음 일정을 가겠다고 했다"며 활짝 웃었다.
또 같은 팀 선배 김하성도 깜짝 방문해 고우석을 응원했다. 샌디에고 야수들의 스프링캠프 첫 훈련은 오는 17일 시작이다. 그는 "(김)하성이 형이 '첫 날이고 캠프 첫 주니깐 너무 오버페이스 하지 말고 컨디션 조절 잘 하라'고 했다. 캠프는 길고 부상위험도 있으니 잘 준비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LG에서 뛸 때도 애리조나 캠프에 왔지만 아직은 새 유니폼, 훈련복이 어색하다. 그래도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현지에서 마무리 후보로 꼽히지는 않는 상황. 그냥 물러날 수 없다. 자존심이 있다. 훈련 데뷔전에서 무력시위를 선보였다. 고우석은 "아무래도 새 유니폼을 입으니깐 설레고 기분 좋은 긴장감도 든다. 또 막상 야구장에 와서 훈련하다 보면 그런 기분도 잊혀지고 살아남기 위해 노력할 것 같다"며 "LG 선수들도 근처에서 훈련 중인데 3월 초까지 시간이 있으니깐 좀 적응하고 시간 내서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팬들을 향해 "무사히 미국에 잘 도착해서 첫 훈련도 별탈 없이 잘 치렀다. 멀리서도 응원해줘 감사하다. 캠프 기간 동안 좋은 컨디션 잘 만들어서 한국에서 열리는 메이저리그 경기에 꼭 함께하고 싶다. 그런 모습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피오리아=김민규 기자 | 글·사진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