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MLB '통역사 도박 스캔들' 조사 착수…'뒤통수' 아닌 도박 가담 가능성도 염두 

[집중분석]

'오타니 보호위해 거짓말' 의심의 눈초리
가주서 야구배팅 적발 선수 1년 출전금지

미국 프로야구계에서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를 향한 의심의 눈초리가 나온다.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40)에게 뒤통수를 맞은 게 아니라, 도박에 가담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메이저리그(ML) 사무국은 오타니의 통역 미즈하라의 도박과 관련해 조사에 들어갔다. 연방 국세청(IRS)도 조사에 들어간 가운데, 별개로 ML 사무국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축제의 장’에서 일이 터졌다. 다저스와 샌디에고는 지난 15일 한국에 입국해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를 진행했다. 21일 미즈하라가 오타니의 돈을 훔쳤다는 소식이 나왔다.
미즈하라는 오타니와 10년 인연이다. 니혼햄 시절부터 시작해, 미국으로 넘어와서는 전담 통역으로 오타니와 함께했다. 가족보다 더 오래 보는 사이라 했다.

‘뒤통수’를 쳤다. 불법도박에 빠진 미즈하라가 오타니의 돈에 손을 댔다. ESPN은 최소 450만 달러라 했다. 한화로 60억5000만원에 달한다. 이를 확인한 다저스는 미즈하라를 즉각 해고했다.
2021년부터 불법도박에 빠진 미즈하라는 남가주의 불법도박업체로부터 빚을 졌다. 이를 오타니가 대신 갚아줬다고 했다. “오타니가 내 빚을 갚아주기 위해 업체로 송금해줬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지점이다. 오타니의 대변인은 “오타니는 절도 피해자다. 미즈하라의 도박 빚을 알지 못했고, 돈을 송금하지도 않았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쟁점은 ‘알고 있었는가’ 하는 부분이다. 일단 오타니 계좌에서 업체 쪽으로 송금된 내용이 나왔다. 불법 도박을 알고도 돈을 보냈다면 오타니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미국의 모든 주가 도박이 불법은 아니다. 스포츠 베팅의 천국이라 불린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주는 불법이다.
미즈하라는 “오타니는 도박하지 않았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자신을 도와줬다고 했다. 이후 말을 바꿨다. 오타니의 계좌에 들어가 자신이 직접 송금했다고 했다.

‘오타니를 보호하기 위해 미즈하라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의심이 나왔다. ML 사무국도 뒤늦게 조사에 나선 감이 있다. 다저스는 미즈하라를 해고한 것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또 다른 부분도 있다. 미즈하라는 야구에는 베팅하지 않았다고 했다. 만약 야구에도 도박을 했다면 일이 커진다. 합법-불법 여부와 무관하게 야구 종목에 베팅하는 선수는 1년간 경기 출전이 금지된다. 다른 종목에 불법 베팅을 했다면 커미셔너 재량에 따라 결정된다.

오타니는 다저스를 넘어 ML 전체에서도 최고 스타로 꼽힌다. 10년 7억 달러라는 무시무시한 계약까지 체결했다. 외적인 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면 큰 손해다. ‘어영부영’ 넘어가는 쪽으로 생각했을 수도 있다.
현지 언론이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고, 사무국도 결국 움직였다. 조사가 시작됐다. 결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동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