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성은 직전 경기에서 125년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하지만 단 하루 만에 다시 벤치로 밀려났다. 4안타 5출루·호수비·역사적 기록, 무엇을 더 보여줘야 다저스의 선발로 설 수 있을까.
김혜성은 1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전에서 홈런 포함 4안타 5출루, 더블플레이와 외야 보살까지, 공격·수비에서 완벽한 경기를 만들었다. 미국 통계매체 옵타에 따르면, 단일 경기에서 이 모든 기록을 동시달성한 선수는 현대야구 125년 역사상 김혜성이 처음이다.
하지만 다음날, 선발 라인업에 김혜성의 이름이 없었다. 이유는 하나, 상대 선발 투수가 좌완이라는 것. 로버츠 감독은 플래툰 시스템을 고수하며 미겔 로하스를 유격수로 기용했다.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로하스는 2타수 무안타로 침묵했고, 김혜성은 3-6으로 뒤진 8회 대타로 한 타석을 받았지만, 삼진으로 물러났다. 어제 펄펄 날았던 김혜성이 경기 내내 벤치에서 식어버린 결과다.
전날 경기에서 김혜성은 좌완 브렌트 헤드릭을 상대로 홈런을 터뜨리며 좌투수 약점마저 극복했다. 타율은 0.422까지 치솟았고, 주루·수비 퍼포먼스까지 그야말로 ‘ML 유틸리티’의 최상위 표본이었다.
그런 김혜성이 다음 날 선발에서 빠졌다는 건, 팀 전체의 흐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플래툰 시스템의 장점도 있지만, 컨디션 정점의 선수를 묶어두는 건 로버츠 감독의 최악수다.
김혜성처럼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준비된 선수를 플래툰이라는 루틴에 갇혀 의미없이 소모하는 건, 구단이 원하는 ‘효율’과도 거리가 멀다.
결국 이날 경기에서 다저스는 양키스에 3-7로 패하며 3연전 스윕의 기회를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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