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항 입국 심사도 달라졌어요. ‘K팝 싱어’라고 하면 ‘무슨 팀이냐? 어디서 공연하냐?’ 물어보시더라고요.”
K팝 한류 열풍의 선구자 역할을 해온 샤이니 멤버 키도 실감하는 중이다. 이제 더이상 K팝은 특정 팬덤의 문화가 아니다. 글로벌을 주도하는 확고한 음악 장르로 확장했다.
키는 11일 서울 광진구 풀만 앰배서더 서울 이스트폴에서 정규 3집 ‘헌터(HUNTER)’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제 K팝을 음악 대 음악으로 들어주는 시대가 온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흥미롭게도 키의 ‘헌터’는 최근 글로벌 열풍을 일으킨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와 맞물리며 주목받고 있다. 다만 키는 “그 작품이 나올 줄 몰랐다. ‘헌터? 재미있네’라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작품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다는 키는 “앨범 준비가 오래 걸려 의도할 수 있는 타이밍이 아니었다”면서 “‘헌터’라는 단어 자체의 힘이 있기 때문에 이때 나오는 것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케데헌’ 제작진이 샤이니를 참고했다는 사실은 뒤늦게 알았다. 키는 “샤이니가 밝은 노래를 했을 때의 아이코닉한 모습, 형형색색의 의상, 홀수 인원의 안정감, 헤어 컬러 등 작품 안에서 조금은 보이더라”며 “흥미롭게 봤고,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영광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키는 “하지만 저희는 전세기를 타고 다니진 않아요”라고 덧붙여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케데헌’ 속 아이돌 그룹 헌트릭스가 전세기로 스케줄을 이동하는 장면을 가리킨 농담이다.
키의 신보 ‘헌터’는 2022년 8월 정규 2집 ‘가솔린(Gasoline)’ 이후 약 3년 만에 선보인 정규 앨범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나와 자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반에 녹여냈다”고 밝혔다. 동명의 타이틀곡은 웅장한 베이스, 묵직한 킥 사운드, 리드미컬한 기타 리프, 다양한 신스 패드가 어우러진 곡이다. “상대에게 집착하는 ‘나’와 상대방과의 복잡한 관계에서 느끼는 ‘고통 속 환희’를 풀어냈다”는 설명이다.
2008년 데뷔 이래 K팝 발전을 위해 전 세계를 동분서주한 만큼, 최근의 K팝 위상 변화에 대한 생각도 깊었다. 키는 “예전에는 K팝이 특정 팬층 안에서만 소비되는 느낌이 강했다. K팝 팬들이 있는 도시를 찾아 공연하던 시절이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경계 없이 전 세계에서 음악을 들어줘서 너무 자랑스럽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어떠한 편견 없이 K팝을 들어주길 바라며 활동해왔기 때문에 저희도 지금의 시대가 반갑다”며 “K팝의 ‘K’가 ‘코리아(Korea)’ 아니겠느냐. 이제 우리가 어떤 나라인지뿐 아니라 우리의 음식, 뷰티, 음악까지 모두 좋아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roku@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