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법정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 하이브와 정면으로 맞섰다. 특히 민희진 전 대표는 변론 과정에서 빌리프랩 소속 걸그룹 아일릿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며 소위 음반 ‘밀어내기’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지난해에도 아일릿이 어도어 소속 뉴진스를 표절했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한 바 있어, 또 한 차례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1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남인수 부장판사)는 하이브가 민희진 전 대표를 상대로 낸 주주간계약 해지 확인 소송, 민희진 전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제기한 주식매매대금 청구 소송의 변론기일을 열었다. 법정에는 민희진 전 대표가 당사자 신문을 위해 출석했고, 하이브에서는 정진수 CLO(최고법률책임자)가 증인으로 출석해 신문이 진행됐다.

쟁점은 표면적으로 주주간계약 해지,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이었지만, 뉴진스 전속계약 해지 갈등까지 맞물리며 공방은 격화됐다. 정진수 CLO에 대한 증인신문만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민희진 전 대표의 당사자 신문은 11월 27일 추가로 진행하기로 했으며, 변론은 12월 18일 종결될 예정이다.

하이브와 민희진 전 대표는 주주간계약을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않았다. 하이브는 민희진 전 대표가 재협상 과정에서 풋옵션 배수를 기존 13배에서 30배로 높여달라고 요구하고, 소속 아티스트의 전속계약 변경, 해지 권한까지 원했다고 주장했다. 정진수 CLO는 “민희진 전 대표의 변경안대로 계약이 수정되면 대표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정진수 CLO는 문제를 제기한 계약 세부 내용 일부의 변경 가능성을 민희진 전 대표 측에 전달했다고 주장했는데, 민희진 전 대표가 직접 신문에 나서며 “위증이다”고 반박하고, 정진수 CLO가 “말꼬리 잡는 것”이라고 맞서는 등 법정에는 한때 양측의 감정적인 발언이 쏟아지기도 했다.

민희진 전 대표는 또한 하이브의 ‘밀어내기’ 의혹을 거론하며 아일릿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아일릿의 초동 판매량(앨범 발매 일주일간의 판매량) 기록이 마지막 날 급상승했다는 점을 의혹의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정진수 CLO는 “각 레이블을 전수조사한 결과 그런 사실은 없었다”고 일축하며, 당시 이같은 내용이 담긴 이메일 답신도 민희진 전 대표에게 보냈다고 밝혔다.

‘노예계약’, ‘어도어 빈껍데기’ 등의 표현을 두고도 양측은 엇갈린 해석을 내놓으며 충돌했다. 특히 민희진 전 대표는 재판이 길어지며 향후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제가 여기 나온 이유는 공평하게 말씀을 드리기 위해서”라며 “거짓말이 너무 많아서 제가 안 나왔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한편, 공교롭게도 같은 날 서울중앙지법에서는 뉴진스와 어도어 간의 전속계약 유효확인 소송 2차 조정 기일이 진행됐다. 하지만 지난달 1차 조정에 이어 이날 2차 조정에서도 뉴진스와 어도어 양측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오는 10월 30일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다. roku@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