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워치]

Knucklehead, moron, numbskull, dumb…. 이들 영어 단어의 공통점은?
첫째, 모두 얼간이, 바보 또는 멍청하다는 의미를 가진 단어다. 둘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금리를 내리지 않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을 비난하며 그에게 사용한 단어들이다.

▶해임권 없는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2004년 NBC방송의 리얼리티쇼에서 '넌 해고야(You're fired!)'라는 독설로 유명해진 인물이다. 올해 초엔 취임 한 달여 만에 정부 예산 절감을 명분으로 연방 공무원 10만여명을 해고하거나 강제 퇴직 또는 휴직시켰다. 그 작업을 주도했던 일론 머스크조차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 끝에 떠났다. 하지만 트럼프는 금리 인하 요구에 저항하는 파월 의장만은 마음대로 해고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연준 의장의 경우 심각한 부정행위나 권력 남용은 해임 사유가 되지만 관련법상 대통령이 해임권을 갖는지는 불분명하다. 파월 의장의 자진 사임을 압박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연준의 건물보수비용 문제를 꺼내 든 이유도 거기에 있다.

▶해임 보도에 금융시장 출렁

파월 의장 해임이 쉽지 않은 이유는 또 있다. 지난 16일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조만간 해임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금융시장이 출렁거린 것이다. 이날 상승세로 출발했던 뉴욕 증시의 주가는 해임 관련 보도가 나오면서 하락세로 돌아섰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0.7%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3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이 5% 선을 넘어서는 등 국채 금리도 올랐다. 주가 등 금융시장의 반응에 민감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연준 갖고 장난 마라"

미국 월가의 대형 금융회사들도 파월의 편을 들고 있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최근 트럼프의 파월 흔들기에 대해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면서 "연준을 갖고 장난치는 것은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 등 월가의 대표적인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도 연준의 독립성을 수호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꿋꿋한 美 중앙은행 존재감

월가나 금융시장이 파월을 언제까지 수호할 수 있을지, 또 파월이 해고압박에 대항해 끝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트럼프의 파월 흔들기로 인해 시장의 충격이 이어지면 그런 잡음으로 인한 금융시장의 피로감이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정치권이나 권력자의 압력에 굴복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당연칙(當然則)에 월가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건 희망적이다. 첨단 금융기법과 냉엄한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시장일지라도 정치권력이 발권력까지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는 레드라인이 확인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