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명 강행 절차 중 자진 사퇴…여론 악화에 '짐 되지 않겠다' 결단 해석
낙마자 늘었지만 野협조 요구하며 내각 안정 기회…'첫 의원 낙마' 부담
강준욱 사퇴, 최동석 발언 논란 등 이어져…대통령실 "엄정함 더 갖추겠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자진 사퇴한 것은 인사권자인 이재명 대통령의 부담을 덜기 위한 '결자해지'의 차원으로 풀이된다.
강 후보자가 스스로 물러남에 따라 이 대통령은 2주간 이어진 야당의 공세에서 벗어나 인사청문 정국을 일단락하고 본격적으로 새 내각을 가동할 발판을 마련했다.
다만 강 후보자를 포함한 일부 정부 및 대통령실 공직자 인선을 둘러싼 논란이 잇따른 만큼 차제에 인사검증 시스템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강 후보자의 사퇴는 직전까지도 거의 조짐이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강 후보자는 이날 오후 2시30분께 강훈식 비서실장에게 사퇴 의사를 전달했고, 그 이전까지는 대통령실에서도 미리 이 사실을 알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대통령실은 보좌진 갑질 논란과 현역의원 감싸기라는 비판 속에서도 강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기 위한 수순을 차례로 밟아 왔다.
앞서 20일 이 대통령은 고심 끝에 이진숙 전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되, 강 후보자에 대한 지명은 유지했다. 이틀 뒤인 22일에는 단 사흘의 기한만을 설정해 국회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송부를 요청했다.
사실상 이르면 25일 강 후보자를 임명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한 것이다.
하지만 이후로도 강 후보자가 문재인 정부 당시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폭로가 뒤따르는 등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여론도 심상치 않았다.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19∼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2천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강 후보자가 장관으로 적합하다는 의견이 32.2%,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60.2%로 집계됐다.(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대통령실도 내부적으로는 강 후보자에 대한 논란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특히 강 후보자의 논란이 전통적 우군인 더불어민주당 보좌진, 진보진영 등을 실망시키고 장기적으로 이재명 정부 운신의 폭을 좁힐 가능성을 우려하는 기류가 감지됐다.
그러나 이미 이 대통령이 이진숙 전 후보자 한 명에 대해서만 '읍참마속'하는 것으로 논란을 정면 돌파하기로 한 상황에서 이를 뒤집기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강 후보자 스스로 자리를 던지면서 결과적으로 고민을 덜어 준 셈이 됐다.
강 후보자가 "저를 믿어주고 기회를 주신 이 대통령께 한없이 죄송한 마음뿐"이라며 "민주당에도 제가 큰 부담을 지워드렸다"고 사퇴의 변을 밝힌 데에서도 이런 의도가 읽힌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강 후보자가 대통령실에 사퇴 의사를 알렸고, 강훈식 비서실장이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대통령은 별말씀이 없으셨다"며 "정무수석도 특별히 원내와 상의한 사항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대통령실에서는 어떤 행위도 없었다"고 했다.
대통령실의 요구나 상호 간의 교감이 있었다기보다는 강 후보자의 개인적인 결단이란 점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한 당과 후보자 간의 교감 끝에 '결자해지'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강 후보자가 사퇴함에 따라 이 대통령이 새로 물색해야 하는 장관 후보자는 교육부와 여가부 둘로 늘었다.
대신 이 대통령으로서는 야당이 집중적으로 낙마를 요구해 온 두 명의 후보자가 모두 물러남에 따라 나머지 후보자들에 대해서는 조속한 임명 협조를 요구할 명분을 얻게 됐다.
역설적이지만 인수위 없이 출범해 어수선한 내각을 빨리 안정시키고 개혁 과제와 공약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다만 역대 최초의 현역의원 낙마 사례가 나옴에 따라 당정 일체 기조가 흔들릴 수 있고 향후 인선 과정에서 인재풀이 좁아질 가능성은 숙제로 남을 전망이다.
강 후보자 인사청문 정국을 전후로 다른 공직자를 둘러싼 논란도 동시에 불거졌던 만큼 급하게 출범한 정부의 물리적 한계를 인정하더라도 인사 검증 시스템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강준욱 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은 과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등 극우적 발언을 한 사실이 드러난지 이틀 만인 전날 사퇴했다.
최근에는 최동석 신임 인사혁신처장이 과거 "문재인(전 대통령)이 오늘날 우리 국민이 겪는 모든 고통의 원천"이라고 언급한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인사 관련 잡음이 이어지면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가 저하되고, 대통령의 리더십에 상처를 낼 수 있다.
더구나 최근 벌어진 일부 논란은 우군의 마음을 멀어지게 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민주 진영 내부의 갈등으로도 이어질 불씨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강 대변인은 "인사 검증 절차를 꼼꼼히, 그리고 엄밀히 진행하고 있지만 더 다양한 방법을 통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사를 찾기 위해 더 살펴볼 부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더 신중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인사 검증 절차의 조속함과 함께 엄정함을 더 갖추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설승은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