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 보건장관 주도 'MAHA' 캠페인 일환…"기업 로비 강력할 것"

미국 정부가 만성질환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초가공식품의 정의와 범주에 관한 공개 논의를 시작했다.

미국 보건복지부, 식품의약국(FDA), 농무부는 23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초가공식품에 대한 연방정부 차원의 통일된 정의를 확립하는 데 필요한 정보와 자료를 수집하고자 공동정보요청(RFI)을 발표한다고 말했다.

세 기관은 "현재 미국 식품 공급망에서 초가공식품에 대한 권위 있는 단일 정의는 없다"며 "이번 조치는 식품 투명성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단계"라고 강조했다.

이들 기관은 RFI가 오는 24일 연방 관보에 공개된다고 말했다.

초가공식품은 복잡한 공정을 거쳐 천연 식품을 기름, 단백질, 전분 등의 성분으로 분해하고 맛, 질감, 보존 기간 연장 등을 위해 이를 다시 화학적으로 변성하거나 각종 첨가물을 집어넣은 식품을 말한다. 과자, 햄, 냉동식품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 정부가 초가공식품의 기준을 세우겠다고 밝힌 것은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슬로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를 따라 추진하는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MAHA) 캠페인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케네디 장관은 지난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자신이 보건 수장이 되면 인공식용 색소와 초가공식품 문제를 전면적으로 다루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지난 5월 케네디 장관 주도로 발간된 MAHA 보고서는 초가공 곡물과 고(高)과당 옥수수 시럽 등이 당뇨병과 소아비만 등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면서 초가공식품에 대한 전국적인 연구를 실시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가 초가공식품 사용 제한을 압박하자 코카콜라는 올가을 미국 시장에 사탕수수서 추출한 설탕(cane sugar)을 사용한 콜라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날 보도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 공급되는 식품 가운데 포장 제품의 70%는 초가공식품으로 간주된다. 어린이들은 초가공식품을 통해 필요한 열량의 60%를 섭취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기관은 "수십 건의 과학 연구에서 초가공 식품 섭취와 심혈관 질환, 제2형 당뇨병, 암, 비만, 신경 질환 등 다양한 건강 문제 간의 연관성이 밝혀졌다"며 "초가공 식품 과다 섭취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MAHA)의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

많은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발표에 초가공식품의 정의가 얼마나 광범위할지 우려하며 긴장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미국 정부가 초가공식품을 어떻게 정의하냐에 따라 제품 성분 표시 라벨을 바꾸는 것은 물론 연구비 할당 방식에도 변화가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초가공식품이 무엇인지 규정하는 논의가 "자사 제품을 초가공식품에서 제외하려는 기업들의 강력한 로비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kik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