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워치]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국가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작년 우리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수출 비중은 44.4%에 달했다. 주요 7개국(G7) 등 주요국 중 1위(국회예산정책처 집계)다. 독일이 41.8%로 2위였고 일본은 22.8%, 미국은 10.9% 정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30.0%였으니 한국은 이보다 14.4%포인트(P)나 높다. 더구나 GDP 대비 총수출 비중은 지난 2015∼2019년엔 평균 38.9%였다가 최근 5년(2020∼2024년)엔 평균 41.0%로 더 커졌다. 2024년 기준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는 19.5%, 대(對)미국 수출 의존도는 18.8%였다. 두 나라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4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상호관세 15% 마지노선?

이처럼 한국경제에서 중요한 수출의 운명을 좌우할 한미 무역 협상의 막판 줄다리기가 이번 주에 진행된다. 우리에게 제시된 상호관세율 25%를 낮추지 못하면 대미 수출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충격과 공포'를 동원한 협상에 밀려 주요 교역국들이 속속 무역 협상을 타결짓고 있다. 우리와 미국 시장에서 자동차 수출 경합도가 높은 일본의 경우 쌀 시장 개방과 5천500억달러의 투자를 걸고 25%였던 상호관세를 15%로 낮췄다. 유럽연합(EU)도 27일 자동차를 포함한 대부분의 교역 품목에 15%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무역협정을 전격 타결했다. 우리보다 먼저 협상을 매듭지은 국가들의 타결 내용을 들여다보면 상호관세 15%가 마지노선으로 인식되는 상황이다.

■수치 따라 국가 GDP 타격

미국 시장에서 우리와 경쟁하는 일본 등과 비슷한 수준으로 관세를 내리지 못할 경우 우리 수출품에만 높은 관세가 적용되고 이는 수출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대미 수출이 줄면 국가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상호관세 25%와 철강·알루미늄 50%, 자동차·부품 25% 등의 관세가 부과되면 실질 GDP가 0.3∼0.4%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은행은 우리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일본과 비슷한 수준(상호관세 15%)으로 타결한다면 성장률 전망치가 지난 5월에 전망한 수준(0.8%)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봤다. 반대로 상호관세율을 15% 수준으로 낮추지 못한다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0.8%에도 못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경제 침체에 불안불안

최근 우리 경제는 내수가 극심한 침체에 빠졌고 수출도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올해 들어 우리 수출은 지난 1월과 5월에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기록하는 등 성장세가 예년 같지 못하다. 올 상반기 수출은 3천347억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0.03% 줄었다. 현대차는 미국 자동차 관세의 여파로 올 2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16% 줄었고 기아는 24%나 급감했다. 역시 미국 관세 부담과 경쟁 심화 등의 타격을 받은 LG전자는 2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등 산업계에 관세 타격이 급속도로 퍼져나가는 중이다.

■막판 협상 결정의 시간

막판 협상을 앞두고 쌀·소고기 수입 확대부터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론까지 온갖 압박이 엄습해온다. 이젠 결정의 시간이다. 유예시한까지 협상 타결에 실패해 25% 관세율이 그대로 적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막판 협상으로 결론을 내야 할 때다. 식어가는 '수출 한국'의 엔진을 다시 돌리려면 조선업 협력과 투자 등의 지렛대를 최대한 활용해 관세율을 일본 수준으로 낮추는 수밖에 없다. 전체적인 국익의 관점에서 피해를 최소화할 종합적인 판단을 내려야 하며 미국에 양보하는 품목은 피해를 줄일 대책이 지원돼야 한다. 이번 주 협상에 올해 우리 경제의 운명이 달렸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