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상호관세 합의로 사실상 무용지물 전락…"'동맹' 무의미, 20년 한미 경제 관계 급변 예고",
2012년 3월 발효, 한국 무역흑자 견인
트럼프 '독불' 관세 전쟁으로 휴지조각
31일 타결된 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 결과를 놓고 2012년부터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무역의 틀을 바꿔버렸다는 것이다.
이날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은 협상 결과를 브리핑하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상당히 많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미국이 모든 외국산 자동차에 25%(철강, 알루미늄은 50%) 관세를 부과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한 한미 FTA는 이번 상호관세 15% 확정으로 껍데기만 남게 됐다.
그간 한국산 자동차는 미국에 수출 할 때 한미 FTA에 따라 관세가 없었다. 반면 경쟁국인 일본, 유럽연합(EU)은 2.5%의 관세가 붙었다. 이번 무역 합의로 한국은 일본, EU와 똑같은 15% 관세를 적용받으면서 FTA 이점이 사라졌다.
한미 FTA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공식 협상이 시작돼 2007년 4월 타결됐다.
양국은 2007년 6월 한미 FTA 협정문에 서명했고, 2011년 10월과 11월 각각 미국 의회와 한국 국회 비준을 거쳐 2012년 3월 한미 FTA가 발효됐다.
이에 따라 양국의 주요 공산품 품목은 관세가 사라졌다.
FTA 발효 이후 한국의 무역 흑자가 늘어난 동시에 한국의 대미 투자도 2012년 70억 달러에서 2016년 180억 달러로 2.5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에 경제계에서는 한미 양국이 FTA를 통해 많은 혜택을 보며 윈윈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미 FTA가 양국 간 경제 협력의 분기점이 됐다는 평가였다.
하지만 이번 한미 관세 합의로 한미 FTA는 사실상 끝났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으로 한미 통상의 틀이 FTA에서 상호 관세로 바뀌었다는 평가다.
전직 외교부 관계자는 “지난 20년간 한·미 관계를 구축해왔던 경제 관계(한·미 FTA)가 급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제법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이 사실상 소멸되는 것”이라며 “미국이 거래적 관점에서 보다보니 그간 우호관계, 동맹가의 전통 이것은 사실상 뒷자리에 앉게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2월 수입차 등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오랜 기간 미국은 우방국이든 적대국이든 다른 국가들로부터 불공정한 대우를 받아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동맹국이나 FTA 체결국도 관세 부과의 예외가 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자국의 자동차 산업을 살리고 무역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FTA의 틀을 무너뜨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실장은 “4월 1일 이후부터 각 나라에서 벌어지는 여러 협상을 보면 FTA나 WTO 체제나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개가 되고 있다”며 “체제 자체가 많이 바뀌고 있다고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