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연수씨, 법원 앞서 기습 체포돼…美성공회, 트럼프 이민정책 비판해와
미국 뉴욕 이민법원에 출석했다가 이민당국에 체포됐던 한국인 고연수(20)씨가 루이지애나주의 이민당국 구금시설로 이송됐다.
미국 성공회와 한인단체에 따르면 고씨는 미 동부시간 3일(현지시간) 새벽 2시 30분 현재 루이지애나주에 있는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 시설로 옮겨진 것으로 확인됐다.
고씨는 지난달 31일 뉴욕 이민법원에 출석해 심리 기일을 오는 10월로 연기받고 법정을 나서던 중 ICE 요원들에 의해 영장 없이 기습적으로 체포된 뒤 뉴욕 맨해튼 ICE 청사에 구금돼왔다.
고씨는 성공회 사제인 모친을 따라 지난 2021년 3월 종교비자의 동반가족비자(R-2 비자)로 미국에 입국해 뉴욕주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현재 미국 퍼듀대에 재학 중이다.
고씨는 지난 2023년 체류 신분 연장을 승인받아 올해 연말까지 미국에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민 당국이 잘못된 법률 해석을 적용해 체류 신분이 종료됐다고 판단했다고 고씨 측은 주장한다.
고씨의 모친 김기리 신부는 대한성공회 서울교구에서 여성 최초로 사제서품을 받은 인사로, 종교비자를 정상적으로 발급받고 미국에 머물고 있다.
ICE는 최근 단속자 수를 늘리기 위해 이민법원 심리에 출석했다가 법정을 나서는 이민자들을 영장 없이 붙잡아 추방하는 단속 방식을 취하고 있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법정에 출석한 이민자들을 붙잡아 추가 재판 진행을 막는 ICE의 이러한 단속 방식이 적법 절차를 위배한 불법이라며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민당국의 고씨 구금 소식에 한인단체와 이민자 권리보호단체는 물론 미국 현지 종교계도 이민당국이 적법 절차를 무시하고 합법적 체류 신분이 있는 종교인 자녀를 부당하게 억류했다며 고씨 석방을 촉구하고 나섰다.
미국 성공회 뉴욕 교구 등은 전날 뉴욕 맨해튼 ICE 연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씨의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했다.
성공회 뉴욕 교구의 매슈 헤이드 주교는 전날 회견에서 "지금의 이민자 정책은 혼돈의 정책이자 잔혹함을 요체로 가지고 있다"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이민자 정책을 비판했다.
미국 성공회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후부터 이민자 정책 등을 둘러싸고 트럼프 대통령과 마찰을 빚어왔다.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다음 날 워싱턴DC 워싱턴국립대성당에서 열린 국가기도회에서 성공회 워싱턴 교구 마리앤 버드 주교가 설교 도중 "이민자와 성소수자에게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요청한 것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날 버드 주교를 향해 "급진 좌파이자 강경 트럼프 혐오자"라고 비판한 바 있다.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p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