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정치검찰 피해자 사면 당연" 공식입장 속 여론 예의주시

曺, 내년 지방선거·재보선 앞두고 정치활동 재개 전망…범여권 정치지형 '변수'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던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이재명 정부의 첫 특별사면으로 정치 활동의 족쇄를 풀게 됐다.

사면은 대통령의 헌법상 고유 권한으로, 더불어민주당은 공개적으로 환영·지지의 입장을 밝혔지만 속내는 복잡해 보인다.

조 전 대표의 사면·복권은 친여 지지층 사이에서도 찬반이 엇갈렸던 사안이다.

그의 정치 복귀는 범여권 내 지각 변동을 불러올 수 있는 데다 중도층 여론을 크게 흔들 수 있는 대형 이슈로도 받아들여지는 만큼 여권에선 당분간 여론의 향배를 주시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조 전 대표가) 정치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기소로 큰 시련과 고통을 감당해야 했다"며 "정치 검찰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과 함께 정치 검찰 피해자의 명예도 되찾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조 전 대표 부부를 비롯해 이날 특별사면 대상에 오른 윤건영 의원과 윤미향·최강욱 전 의원,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여권 인사 전체를 '검찰 피해자'로 보고 이들에 대한 사면·복권을 지지한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고민정 의원은 페이스북에 "무도한 검찰 권력의 잘못을 바로잡아준 이재명 대통령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대통령의 고뇌의 무게가 조금이라도 가벼워질 수 있도록 돕겠다"고 적었다.

강득구 의원은 "조국 전 의원 사면은 내란 종식과 민주주의 회복이라는 상징성이 있고, 국민통합의 의미도 있다"며 "담대하고 시대정신을 읽는 통찰력까지 대통령의 지도자 면모를 다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형선고실효 및 복권된 윤미향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고맙습니다"라고 짧게 적었다.

친여 지지층 사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복권이 지난 정부에서 진행된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바로잡는 상징적 조치이자, 검찰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이재명 정부로선 명분 있는 결정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동시에 만만치 않은 정치적 후폭풍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특히 조 전 대표의 입시 비리 사건은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문제와 함께 중도층 민심 이반을 촉발한 주요 사건으로 기록됐다.

2030 청년층을 중심으로 '공정과 상식'에 대한 문제의식을 불러일으켰고, 이는 그대로 윤석열 정권 탄생의 핵심 캐치프레이즈로 이어졌다.

윤석열 전임 정부는 계엄·탄핵으로 조기에 막을 내렸지만, 청년층이 민감한 공정 이슈는 여전히 사회적 휘발성이 적지 않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민주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한 것도 청년 및 중도층 민심 이반 조짐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범여권인 정의당은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복권이 확정되기에 앞서 권영국 대표 명의로 성명을 내고 "입시 비리가 가져온 사회적 파장, 관련된 일련의 사태에 대한 사과나 인정이 없는 상황인 점을 고려할 때 국민적 공감대가 낮다"며 "'공정'과 '책임'이라는 우리 사회 최후의 기준을 무너뜨리고, 사회 통합을 오히려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수도권 지역의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안 그래도 민주당의 2030 지지율이 높지 않은데 조 전 대표의 사면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대통령이 (정치적) 책임을 지겠지만, 2030 세대는 이번 결정에 배신감을 느낀다"고 짚었다.

박 수석대변인은 지지율과 관련, "여론조사에 담긴 작은 변화라도 진심으로 읽으려는 정치의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며 "사면을 지지하고 비판하는 목소리를 모두 듣는 것이 정치의 본령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조 전 대표가 실제로 정치 활동 복귀할 경우 그에 따른 파장도 민주당으로서 예의주시할 부분이다.

친여 지지층 사이에서는 당장 조 전 대표의 역할론을 둘러싼 각종 시나리오가 입에 오르내린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또는 부산시장 선거 출마, 이 대통령의 지역구였던 인천 계양을 또는 강훈식 비서실장 지역구인 충남 아산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등 설(說)이 벌써 돌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지지층이 겹치는 호남 지역에서부터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경쟁 내지는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말도 나온다.

혁신당은 이 같은 정계 복귀 시나리오에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조 전 대표가 복권된 이상 연내 공식적인 활동 재개는 예정된 수순으로 여겨진다.

조 전 대표가 여론의 움직임에 따라 '대선주자급'으로도 체급을 키울 경우 여의도 정치권에서 조국혁신당의 입지는 물론이고 범여권 내 친문(친문재인) 세력의 구심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 수석대변인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조국혁신당과 손잡을 가능성이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사면 이후 조국혁신당과 조 전 대표의 정치적 행보에 대해서는 논평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안정훈 기자 wi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