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S 프리미엄만 가능…식품·의약품은 안 돼

"관세가 물품가의 40% 넘어"·"기준이 뭐냐"

"웬만하면 보내지 마세요. 10만 원어치 보내고 60만 원 이상 배송료, 세금, 수수료 지불."(네이버 카페 이용자 '햇님***')

"화장품 102만 원어치 보냈는데 관세 1천600불(약 221만 원) 나왔어요. 이제 배송 절대 안 시키려고요." ('두*')

미국 정부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부터 소액 소포에도 관세를 부과하면서 유학생 부모 등 미국으로 소포를 보내야 하는 이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기존에는 800달러(약 111만 원) 이하 물품은 관세를 면제받았으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해당 제도를 폐지하면서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아우성이 커지고 있다.

인터넷우체국은 지난달 22일 홈페이지 공지문을 통해 "8월 29일부터 미국행 모든 물품에 대해 신고 및 관세 의무가 부과된다"며 "서류를 제외한 우편물은 EMS 프리미엄으로 접수해 달라"고 안내했다.

EMS(Express Mail Service)는 전세계 우체국 간 특별 우편운송망을 통해 급한 편지나 서류, 소포 등을 배달하는 특급우편서비스다. 국제 소포와 달리 배송 추적이 가능해 안전한 것이 특징이다. 도쿄, 홍콩 등 가까운 곳은 2~3일, 기타 국가는 3~5일 이내에 배달된다.

EMS 프리미엄은 접수는 우체국이 맡고, 배송과 통관은 글로벌 물류업체 UPS가 담당해 우편물을 배달하는 서비스다. 국가별 EMS 제한 중량을 초과하는 고중량(~70㎏) 국제특송우편물까지 다루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EMS 교환국가는 99개국, EMS 프리미엄은 208개국이다.

다만 EMS 프리미엄으로도 식품·의약품, 알코올 함유 음료, 담배, 주류, 알코올 성분이 든 화장품 등 22개 품목은 보낼 수 없다.

지난 8일 찾은 서대문·광화문우체국 등 서울 주요 우체국에는 '미국행 우편물 발송 유의사항' 안내문이 비치돼 있었다. '800달러 이하 상품에도 관세 부과'를 안내하는 내용이다.

서대문우체국 관계자는 "우체국에서는 통관 대행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일반 접수는 불가하다"며 "EMS 프리미엄을 통해서만 미국으로 소포를 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광화문우체국 관계자는 "받는 사람이 관세를 지불하면 된다"며 "EMS 프리미엄 품명 표기란에 적힌 단가를 기준으로 관세가 책정된다"고 말했다.

회원 38만여명이 모인 네이버 카페 '미준모'에는 새롭게 추가된 '트럼프발 폭탄'에 대한 불만이 이어진다. 미국 이민과 유학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이 카페 회원들은 앞서 지난 5월에는 미국 당국이 유학생 신규 비자 인터뷰를 일시 중단하면서 충격으로 요동쳤었다.

이용자 '꿈을***'은 "총 298.44불(약 41만 원)어치를 보냈는데 관세로 103불(약 14만 원)이 나왔다"며 "어떤 식으로 관세가 책정됐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감이 안 온다"고 답답해했다.

또 '바람***'은 "한국에서 우편 보낼 때 택배비는 12만 원 정도 들었고, 관세는 75불(약 10만 원) 나왔다"며 "기준이 뭔지는 모르겠다"고 적었다.

소셜미디어(SNS)에서도 불편을 호소하는 반응이 이어졌다.

"그냥 거기(미국)서 사서 쓰라 하는 게 낫지 싶네요"(네이버 카페 이용자 '맨해***'), "부랴부랴 우체국 갔는데 지금 비서류로 보내면 반송될 수 있다 해서 EMS 서류로 보내기로 했는데 소포값이 비싸더라. 세상에"(X(엑스·옛 트위터) 이용자 'sms***') 등의 글이 올라왔다.

아들이 미국 뉴욕에서 유학 중인 손모 씨는 10일 "아들에게 선편 소포로 입던 겨울옷과 신발 등을 보내려고 했는데 관세정책 때문에 머리 아파서 그냥 현지에서 사 입으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엿장수 맘대로 부과되는 금액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똑같이 물품 가액 150달러 적어 보내고 누구는 75달러, 누구는 15달러 냈다는데 기준이라도 명확하게 알고 싶다"고 덧붙였다.

지난 6일 유엔 산하 정부 간 기구 만국우편연합(UPU)에 따르면, 소액 소포 면제를 폐지한 이후 미국행 우편량은 81% 급감했다. 또 88개 우편 사업자가 관세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미국행 우편 서비스를 전면 또는 부분 중단한다고 UPU에 알렸다.

미국은 개인이 하루에 반입하는 제품의 가치가 800달러를 넘지 않는 경우 관세를 부과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를 우회하거나 위험 품목을 밀반입하는 데 악용된다며 면세 제도를 폐지했다.

(서울=연합뉴스) 최혜정 인턴기자 ha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