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10월의 마지막 밤을~"
겨울의 문턱에 서면 어김없이 이 노래가 라디오 전파를 타고 흐른다. 이용(68)의 <잊혀진 계절>. 어느덧 칠순을 앞둔 가수가 스물다섯에 불렀던 이 한 곡은 시간과 세대를 넘어 국민의 마음 속에 새겨져 있다. 10월 31일 하면 할로윈보다 먼저 떠오르는 노래, 그래서 '가을의 국가(國歌)'로 불린다.
<잊혀진 계절>은 원래 조영남(80)의 노래였다. 그는 녹음까지 마쳤지만 여러 이유로 계약이 미뤄졌고, 같은 지구레코드사 소속이던 이용에게 곡이 넘어갔다. 이 때문에 음반 발매 시기가 한 달 늦어지면서 가사 속 릫9월의 마지막 밤릮이 릫10월의 마지막 밤릮으로 바뀌었다. 이용과 10월을 위해 미리 준비된, 운명 같은 곡이 탄생한 것이다.
이 노래 하나로 스타덤에 오른 이용은 1982년 MBC 가수왕을 차지했다. 1집 음반에 실은 <창밖의 여자>와 <단발머리>에 이어 4집의 <비련>과 <못 찾겠다 꾀꼬리>가 히트치며 릫가왕릮 반열에 오른 조용필을 꺾은 것이라 논란이 컸다. 조용필의 3년 연속 가수왕 등극을 당연시하던 팬들이 항의하자, 방송국은 "올해 가장 많이 신청된 노래가 <잊혀진 계절>이었다"고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려야 했다.
<잊혀진 계절>이 올해에도 '가을 하면 가장 많이 생각나면 노래'라는 신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11월이 돼야 구체적 집계가 나오겠지만, 10월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튼 가요이자 신청곡이라고 한다.
노래의 가사처럼 "이룰 수 없는 꿈"을 슬퍼하며 누군가에게 손편지를 쓰던 오빠부대가 이제는 60대가 됐다. 비록 세월은 흘렀지만 마음만은 여전히 청춘인 세대다. 올해도 어김 없이 흘러나오는 <잊혀진 계절>을 들으면서 그들은 잠시 그 시절의 가을로 돌아간다. 그리고 또 한 번, 10월의 가을이 잊혀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