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은 우리 협상단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국익 수호에 최선을 다한 결과로 평가된다. 우리 협상단은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끈질긴 협상 끝에 우리측 요구조건을 상당 부분 관철했다. 투자펀드 3천500억달러는 현금 2천억달러와 조선업 협력 투자 1천500억달러로 구성하되 국내 외환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연간 현금투자 한도를 200억달러로 제한했다. 조선업 협력 투자는 기업 주도로 추진하고 수익은 양국이 절반씩 나누기로 했다. 이에 따라 상호관세는 15%로 유지하고 자동차 관세는 25%에서 15%로 인하된다.
이어 30일 열린 미국과 중국 간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소기의 성과를 도출함에 따라 미중 양국 간 관세전쟁도 일단은 휴전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에 부과해온 관세를 10%포인트 인하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희토류 수출통제를 유예하고 합성마약 펜타닐의 미국 유입 차단에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양국 정상은 또 내년 4월 순차적인 상호 방문도 약속했다. 글로벌 패권국 자리를 놓고 무역과 관세를 무기 삼아 날카롭게 대립했던 양국이 일단은 충돌과 확전을 자제하기로 한 모양새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와 미중이 추가 파열음 없이 관세 협상의 성과를 거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미국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글로벌 경제는 미국이 쏘아 올린 관세 폭탄의 충격으로 휘청거려왔기 때문이다. 이번 합의로 관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진정됨에 따라 국제 금융시장은 안도하고 있다. 미국이 주요국들과 관세 협상을 순차적으로 타결하면서 글로벌 경제에 드리웠던 먹구름이 걷히기를 바라는 희망도 커진다.
이번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불확실성이 진정된 것은 다행이지만 미국발 무역전쟁의 완전한 종료가 아닌 만큼 긴장을 늦출 수는 없다. 미국에 투자할 자금 마련부터 15% 관세 부담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하나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인 성향을 고려하면 합의 내용의 실행에 이르기까지 또 어떤 돌출변수가 불거질지 알 수 없다. 우리 수출기업들이 미국 내 투자를 늘리고 현지 생산시설을 확충하면 반대로 국내 투자는 줄고 일자리 창출도 어렵게 된다. 대외협상은 일단락됐으니 이런 후속 조치와 대응에 주력해 우리 경제에 주게 될 부담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올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1.2%는 가라앉는 내수를 민생지원금으로 간신히 떠받친 결과다. 이렇게 어렵사리 되살린 경기의 불씨를 되살려 나가기 위한 과제는 하나둘이 아니다. 금리인하의 걸림돌이 된 부동산 불안을 진정시켜야 하고 건설·석유화학 등 부진한 국내 산업의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 대미 수출기업들이 받을 관세 충격을 완화할 지원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보호무역으로 국제 무역질서와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이 밀려나지 않도록 정교하고 치밀한 대응도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관세협상 타결은 무역전쟁의 일단락이 아니라 출발일 뿐이라는 분석이 맞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