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때려 대선 후보 하차 부추긴 한국계 전 특별검사
[뉴스인물]
로버트 허 전 연방검사, 트럼프 '월권' 맞서 하버드 대리인단에 합류
"기억력 나쁜 노인" 보고서 바이든 낙마 부채질…민주,'어색한'기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을 괴롭혔던 한국계 법률가가 이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싸우고 있는 명문대의 수호자로 나섰다.
바이든 전 대통령의 기밀 유출 혐의를 특별검사로서 수사한 로버트 허(52) 전 메릴랜드주 연방검사의 얘기다.
허 전 검사는 최근 하버드대 법률 대리인단에 합류해 트럼프 대통령의 '문화전쟁' 소용돌이에서 대학가를 지킬 수호자로 떠올랐다.
트럼프 행정부는 입학·채용에서 다양성 우대를 버리고 이스라엘을 싫어하는 학생의 입학을 막으라는 지시를 하버드대가 거부하자 제재의 칼을 꺼내 들었다.
하버드대는 연방정부에서 지급되는 보조금이 20억 달러 넘게 동결돼 재정적 타격을 받을 위기에 몰렸다. 트럼프 행정부는 하버드대가 교육, 종교, 자선 목적의 비영리 기관으로서 받는 면세혜택을 박탈할 수 있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결국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이 같은 분쟁에서 허 전 검사의 역할이 갖는 상징적 의미는 크다.
하버드가 미국 명문대 중에서 대학이 지향하는 가치를 들어 트럼프에게 처음으로 반기를 들고 싸움을 시작한 선봉장이기 때문이다.
미국 정가에선 허 전 검사가 바이든에 이어 트럼프와도 맞서게 됐다는 점에서 그를 흥미롭게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야당인 민주당의 인사들은 과거 정적으로 보던 허 전 검사를 두고 어색한 감정을 드러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의 재선 도전에 걸림돌을 놓은 인물이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권위주의 행보에 제동을 걸 인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허 전 검사는 바이든 전 대통령의 불법적 기밀보관 혐의에 대한 수사 결과를 담은 특검 보고서로 작년에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특히 바이든에 대해 "호감이 가고 선의가 있으며 기억력이 불량한 노인"이라는 평가를 보고서에 담은 것이 논란이 됐다. 그렇지 않아도 여든살이 넘어 인지력 논란이 있던 바이든에게는 심각한 타격을 주는 내용이었다. 민주당은 정치공세가 아니냐며 격분했고, 공화당은 통치 능력 결여설을 뒷받침하는 결론이라며 쾌재를 불렀다.
바이든은 이후 트럼프와의 첫 TV 대선 토론에서 어눌한 말투의 발언을 되풀이하다가 인지력 저하 논란 속에 후보직을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허 전 검사에 대한 민주당 측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동료들은 허 전 검사가 정직하고 직선적인 성격의 법률가로서 명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메릭 갈런드 법무부 장관이 허 전 검사를 바이든 대통령을 수사할 특검으로 임명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허 전 검사는 로펌 '킹&스폴딩'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정부로부터 조사를 받게 된 이들을 주요 고객으로 삼고 있는 곳이다.
부모가 한국계인 허 전 검사는 1973년 뉴욕시에서 태어나 하버드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스탠퍼드대 로스쿨을 졸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