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중심으로 '여아 선호' 경향 두드러져, "부모들이 여아를 축복으로 여기는 시대"
[생·각·뉴·스]
한국 여성 절반 이상이 "딸 원한다"
美선 여아 입양에 1만6천달러 웃돈
문화적 인식 전환+사회구조적 요인
"인류사적으로 처음 나타나는 변화"
오랜 세월 이어졌던 남아 선호 문화가 흔들리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오히려 여아를 더 선호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인류사적으로도 처음 관측되는 흐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부모들이 여아를 축복으로 여기는 시대가 됐다”며 “이는 인류사에서 처음 나타나는 변화”라고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유엔 통계와 자체 분석을 바탕으로, 2000년 무렵 전 세계에서 약 160만 명의 여아가 태어나지 못한 것으로 추산했다. 초음파 기술이 보급되면서 태아의 성별을 확인할 수 있게 됐고, 이로 인해 일부 문화권에서는 여아 출생이 의도적으로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수치는 급감해, 2025년에는 약 20만 명 수준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연적인 출생 성비는 여아 100명당 남아 105명이다. 하지만 과거 일부 국가에서는 이보다 훨씬 높은 비율의 남아가 태어나 성비 불균형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코노미스트는 대표적인 사례로 한국을 들었다.
한국은 1990년 여아 100명당 남아가 116명 태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셋째 자녀부터는 불균형이 더 심해졌다. 셋째의 경우 여아 100명당 남아 200명, 넷째 자녀는 250명에 달하기도 했다. 현재는 여아 100명당 남아 105.1명 수준으로 회복돼, 자연 성비에 가까운 수치를 보인다고 매체는 전했다.
한국 여성 중 “아들을 꼭 가져야 한다”고 응답한 이는 1985년 48%였지만, 2003년 6%로 급락했다. 또한 절반 이상이 딸을 원한다고 밝혔다. 일본에서는 “딸을 선호한다”는 응답이 1982년 48.5%였는데, 2002년엔 75%까지 뛰어올랐다.
중국과 인도도 남아 선호가 점차 완화되는 양상이다. 중국은 2000년대 내내 여아 100명당 남아 117명이라는 높은 성비를 유지했으나, 2023년에는 111명으로 낮아졌다. 인도 역시 2010년 109명에서 2023년 107명으로 감소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문화적 인식 전환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성비 불균형으로 인한 미혼 남성의 급증, 아프리카 일부 지역의 ‘신부값’(bride price) 관습 등도 남아 선호를 줄이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또한 이코노미스트는 입양이나 불임 치료처럼 성별 선택이 가능한 환경에서는 여아 선호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전했다.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일부 부모는 딸을 입양하기 위해 최대 1만6000달러를 더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뉴욕의 난임 치료 클리닉에서는 여아를 원해 성별 선택 시술을 받는 부부가 늘고 있으며, 시술 비용은 최대 2만 달러에 이른다고 매체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