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이동 자유 제한·거리에 군인 배치…대통령 "국민 안녕 위한 것"

페루에서 대통령 탄핵 후에도 정국 혼란이 계속되는 와중에 수도 리마에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호세 헤리 페루 신임 대통령은 이날 방송 연설을 통해 리마와 인근 카야오 지역에 대한 비상사태를 선포한다고 밝혔다. 비상사태는 22일 0시부터 30일간 지속된다.

헤리 대통령은 "우리는 범죄와의 싸움 중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이 싸움은 수백만 페루 국민의 평화와 안녕, 신뢰를 되찾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선포에 따라 리마에서는 앞으로 집회와 이동의 자유가 제한된다.

경찰의 범죄 단속을 지원하기 위해 군인들이 거리에 배치되고, 영장 없는 가택 수색도 가능해진다.

이 같은 조치는 지난 10일 디나 볼루아르테 당시 대통령이 의회에서 탄핵된 이후에도 반정부 시위가 가라앉지 않는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최근 몇 년간 강력 범죄 급증으로 극심한 치안 불안을 겪어온 페루에서는 정부의 대처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면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Z세대'(1990년대 중후반∼2000년대 초반생) 청년들을 중심으로 교사, 예술가, 의사, 상인 등 일반 시민들까지 거리로 나와 정부를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와 경찰의 물리적 충돌도 빚어졌다. 양측이 대치하는 과정에서 유명 래퍼인 30대 시위자가 경찰의 총격에 숨지면서 시위대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볼루아르테의 탄핵으로 대통령직을 물려받은 헤리 대통령은 내년 4월 예정된 대선까지 치안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약속했지만, 시위대의 구심점인 'Z세대' 청년들은 정치권의 부정부패와 무능한 기득권층이 페루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라며 개혁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