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동성애로 징역형
영국도서관 출입증 재발급
아일랜드 작가 오스카 와일드(1854∼1900)가 생전 동성애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취소 당했던 도서관 출입증이 130년 만에 재발급했다고 영국 BBC 방송이 16일 전했다.
와일드의 친손자이자 작가인 멀린 홀런드(79)는 이날 할아버지의 탄신 171주년을 축하하는 행사에서 영국도서관(The British Library)의 새 출입증을 찾아갈 예정이다.
출입증의 유효기간 만료일은 와일드의 사망 날짜인 1900년 11월 30일로 표시돼 있다.
와일드의 유일한 손자녀인 홀런드는 새 출입증에 대해 "용서라는 아름다운 손짓"이라며 "그의 영혼이 틀림없이 감동받고 기뻐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할아버지를 몰락시킨 1895년 재판과 그에 따른 역사적 영향과 평가의 변화를 다룬 신간을 냈다.
캐럴 블랙 영국도서관 이사장은 와일드에 대해 "19세기의 가장 중요한 문학 인물 중 하나"라며 이번 출입증 재발급으로 와일드를 추모하는 동시에 "그가 부당함과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는 점을 인정"하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와일드는 40대 초의 나이로 엄청난 명성을 누리고 있던 1895년에 남성간 동성애에 적용되던 '후안무치한 파렴치'(gross indecency) 죄목으로 구속돼 유죄판결을 받고 2년간 중노동 징역형에 처해졌다.
당시 영국에서는 동성애가 형사범죄로 간주됐다.
와일드가 복역을 시작한지 약 3주만인 1895년 6월 15일 영국박물관(The British Museum) 이사회 회의록에는 "O. 와일드 씨의 열람실 출입을 금지"했다는 내용이 다른 설명 없이 기록돼 있다.
현 영국도서관의 전신인 당시 '영국박물관 열람실'의 운영규정에는 형사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자의 출입증을 취소토록 되어 있었다.
와일드는 16살 연하인 동성 애인과 교제하던 중 이 관계를 끊도록 요구한 애인의 아버지인 제9대 퀸스베리 후작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걸었다가 거꾸로 패소하고 동성애 행위 증거가 드러나면서 징역형에 처해졌다.
와일드는 형기를 마친 후 영국을 떠나 3년 후인 1900년에 프랑스에서 빈곤과 불명예 속에 뇌수막염으로 숨졌다.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는 1967년 동성애를 범죄로 간주하던 법률 조항이 폐지됐으며, 영국은 2017년 입법을 통해 와일드를 포함해 동성애로 유죄판결을 받은 이들을 일괄 사면했다.
일괄 사면 대상자는 약 5만명으로 추정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