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7일 FBI와 스위스 경찰이 취리히에 있는 바우어 호텔을 기습해 FIFA의 고위 간부 7명을 긴급 체포하고 간부 14명을 부패 혐의로 기소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사기, 돈세탁, 탈세, 뇌물 수수 같은 죄목이 47개나 된다. 그러면서 2010 남아공, 2018 러시아, 2022 카타르월드컵 유치 과정도 도마에 올랐고 스포츠용품 회사 나이키를 비롯 월가 까지도 들먹여 지고 있다. 이번 수사는 미국 최초의 흑인 여성 법무장관 로레타 린치가 처음부터 계획하고 지휘한 사건이다. 민주, 공화당 간 법안 충돌로 지명 166일 만에야 가까스로 의회 인준을 통과한 그녀가 취임 한 달여 만이다. 이를 두고 정치전문지 폴리티코 유럽판은 "축구계에 펠레와 마라도나, 메시에 이은 새로운 영웅이 등장했다"고까지 표현했다. 그리고 수사는 블라터 회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축구는 그 어떤 종교보다도 추종자, 즉 신자가 많은 '종교'라고 까지 말한다.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 때는 연인원 300억 명이 TV로 지켜봤다. 1904년 창립된 FIFA는205개국으로 되어있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보다도 많은 209개국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축구가 세계 최고의 인기스포츠로 자리 잡으면서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거둬들이는 FIFA는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의 경우 TV 중계권과 각종 마케팅권 판매로 57억 달러의 수입을 올렸고, 지난 24년 동안 월드컵 중계권과 관련해 드러난 뇌물과 리베이트만 1억5,000만 달러다. 현금보유고도 15억 달러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FIFA는 스위스 취리히에 비영리 단체로 등록돼 있어 세금도 내지 않으면서 사실상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천문학적인 자금을 운용할 수 있다. 게다가 블래터 회장의 일인체제 아래 지구촌 최대의 축구 축제를 주관하면서 월드컵 개최지 선정을 놓고 발생하는 비리와 함께 지난 17년간의 회장 재임 기간 '축구계 마피아 수장'이라는 비난을 한 몸에 받아왔다. FIFA 월드컵 참가국은 1998년부터 32개국이다. 그런데 12개의 오각형과 20개의 육각형으로 만들어진 축구공의 32개 조각은 우연히도 사람의 치아 수 32개와 동일하다. 어린 아이의 젖니가 20개이고 성인이 되면 12개가 더 첨가되어 꼭 32개가 된다. 원시적 인류였을 때는 아래턱이 앞으로 길게 튀어나온 그 만큼 더 넓은 자리에 지금보다 더 많은 치아수를 가졌을 것으로 추측하는데 이는 반대로 인류가 진화하면서 턱이 점점 짧아지고 치아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실제로 근래에 오면서 선천성 결손치라 하여 날 때부터 한두 개 치아가 없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더 진화된 문화인'이라고 하기도 한다. 문제는 치아의 수 보다는 어떻게 잘 관리 하느냐가 더 중요한 관건이다. 어렸을 때 젖니를 갈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흥분과 기대감 속에 찾아온 '치아요정'(Tooth Fairy)의 고운 선물을 게으름과 관리부족으로 제대로 보존 못해서 고통과 부담의 '치료비 요정'(Payment Pixie)이 초대 받지 않은 손님으로 우릴 찾아오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세계를 하나로 묶는 세계 최대의 스포츠 기구 FIFA의 어두운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이제 축구계도 곪아터진 부분을 도려낼 때가 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