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천의 世上萬事

치과의

  • '손 씻기'의 위력

     200여 년 전 헝가리 출신 오스트리아 의사 이그나스 제멜바이스는 빈 대학의 법대생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해부학 강의실에서 패혈증으로 죽은 소녀를 부검하는 그림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요즘도 치료하기 힘든 '패혈증'은 항생제가 없던 당시로서는 사망 선고나 다름없었다. 


  • '우한 폐렴'과 박쥐

     중국 전국시대 진나라 등 7개 국가들 사이에 패권다툼이 격렬할 때 초나라의 시인이자 정치가인 굴원은 정적의 중상모략으로 추방되자 동정호로 흘러 드는 멱라수에 몸을 던졌다. 그리고 나라를 걱정하는 이소(離騷)라고 하는 유명한 시를 남겼다. 결국 50여 년 뒤 초나라는 진 나라에 멸망 당한다. 굴원이 죽자 사람들은 댓잎에 싸서 먹는 쫑쯔를 강물에 던져 물고기들이 굴원의 시신을 뜯어먹지 못하게 했는데 이것이 중국의 단오날을 기리는 풍습이 됐다.  


  • 해리왕자와 '메그시트'

     프랑스의 간호사 마리 투소는 해부학 지식에 회화기술과 공예를 배워 밀랍인형을 만들기 시작했다. 벌집에서 추출한 물질과 파라핀 왁스의 혼합 재료로 한 작품당 수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리는 작업이다. 그녀가 1777년 첫 작품의 모델로 삼은 프랑스 철학자 볼테르를 시작해 장자크 루소, 벤저민 플랭클린 등 많은 유명한 사람들을 재현해 냈다. 


  •  쥐 띠 해를 맞아…

     아주 오래전 한 재벌 회장의 회고록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그가 부도를 내고 감옥에 들어가자 전과가 화려한 고참 죄수가 물었다고 한다. '회장님, 쥐란 놈들이 어떻게 계란을 훔치는지 아십니까?'회장이 모른다고 하자, '한 녀석이 네발로 살포시 알을 껴안고 바닥에 벌러덩 들어 눕습니다. 그러면 다른 녀석이 그의 꼬랑지를 물고 끌고 가는 겁니다. 같이 해먹는 거지요. 쥐도 인간과 다를 바 없습니다.'


  • 성탄절의 선물

    특별기고 김학천<수필가·치과의> 히말라야 설산에 전설의 새가 살았다. 몸은 하나인데 머리가 둘이다. 한쪽 머리 이름은 '가루다' 또 다른 머리는 '우바가루다'였다. 어느 날 우바가루다가 낮잠을 자고 있을 때 가루다가 먹음직스러운 열매를 발견했다. 자고 있는 우바가루다를 깨울까 하다가 단잠을 깨웠다고 화를 내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그냥 혼자 먹었다. 몸은 하나이니 어느 쪽이 먹든 같이 배가 부를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잠에서 깬 우바가루다는 맛있는 것을 혼자 먹었다며 화를 내고는 복수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번에는 가루다가 잠이 들자 이틈을 타 우바가루다는 독이 든 열매를 먹었다. 가루다를 혼내 주려고 한 짓이었지만 독이 온몸에 퍼져 결국 둘 다 죽고 말게 되었다. 불교 일부 경전에 나오는 공명조(共命鳥) 즉, 운명을 같이 하는 새라는 뜻인데 공멸하는 운명의 새가 된 거다.   


  • 자동차 경주

     세계 3대 스포츠를 꼽으라 하면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모터 스포츠가 있다. 모터스포츠는 한국인들에게는 덜 친숙하겠지만 유럽인들에게는 인기가 아주 높다. 그리고 모터 스포츠의 대명사는 단연코 포뮬러 원(Formula One) 월드챔피언십, 줄여서 F-1이다. 그리고 이를 대표하는 전설적 인물로는 단연 독일의 미하엘 슈마허다. 그는 월드 챔피언을 7차례나 했고 그 외 그랑프리 수상도 90여 회나 된다. 


  • 베네수엘라의 영웅

    지난 달 24일 74차 유엔 총회가 뉴욕에서 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베네수엘라의 대통령 마두로를 '독재자' 니 '쿠바의 꼭두각시'니 하며 맹비난했다. 헌데 그의 연설을 듣지 않고 책 읽기에만 내내 열중해 있던 여성이 있었다. 베네수엘라 유엔 대표부 소속 외교관 다니엘라 로드리게스였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산유 매장량 1위로 남미 최고의 부유국이었지만 대책 없는 경영 실패로 국가 파산위기의 나라가 되었다. 결국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닭 한 마리 사는데도 지폐가 산더미만큼이나 필요한 지경이 되었고 폭력과 데모 그리고 극심한 기아와 질병, 사망으로 절망적인 사람들이 나라를 떠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마두로가 현직 대통령임에도 후안 과이도가 자신이 임시 대통령이라고 자처하고 나서고 이를 미국이 인정하고 있어 정치 사회적으로도 불안한 나라다. 이 때문에 올해 유엔 총회에는 마두로 정부 대표단과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 측 대표단이 모두 참석했다. 총회에서 책만 읽던 로드리게스는 마두로 대통령 측 인사였다. 헌데 그녀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듣지 않겠다는 저항의사로 내내 책 읽기에만 집중하던 모습이 생중계와 인터넷에 노출되면서 그가 읽던 책에도 관심이 모아졌다. 그것은 베네수엘라 출신 남미의 혁명가 시몬 볼리바르에 대한 책이었다.     베네수엘라 부유한 가문에서 태어난 그는 열여섯 살에 스페인으로 유학을 떠났다가 3년 후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스페인에 맞서 조국의 독립뿐만 아니라 남미의 독립을 위해 운동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 등 5개국이 줄줄이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했다. 이 후 이들을 모두 통합해 '대 콜럼비아 공화국'을 꿈꾸었으나 이루지 못하고 47세 짧은 생을 마쳤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비록 민중들 보다는 엘리트에 의한 통치를 따랐기 때문에 독재자냐 아니냐는 논란이 있긴 하지만 그는 해방자로서의 숭고한 명예만을 원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권력과 부를 탐닉하지 않았던 만큼 추앙받기도 한다. 해서 그의 이름은 볼리비아 국가 명으로부터 여러 남미의 도시들의 공항이나 광장, 거리, 건물 등 다양한 분야에 남아있다.  한 예로 1975년 경제학자이자 아마추어 음악가인 호세 아부레우 박사는 범죄를 예방하고 미래를 키워주기 위해 베네수엘라 수도 빈민가 차고에서 10여명의 극빈청소년을 모아 음악팀을 만들었다. 우리가 익히 들어 아는 '엘 시스테마'의 출발이었다. 35년이 지난 오늘날 엘 시스테마의 규모는엄청나게 성장했다. 엘 시스테마가 배출한 인물 중 하나가 LA 필하모닉 상임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이고 재단 산하의 많은 오케스트라 중 하나가 바로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다.   로드리게스는 트럼프 연설 후 트위터에 책 표지 사진을 올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인 혐오와 제국주의로 가득 찬 연설로 유엔을 모독하는 동안 나는 바로 이 책을 읽었다. 제국주의에 굴복하지 않는 베네수엘라 국민 만세! '라고 적었다. 국가와 민중을 위해 헌신했던 혁명가를 추모하고 기억하려는 또 다른 방식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 일본 '연호'의 비밀

     우리가 흔히 중국의 강희제니 일본의 메이지 유신이니 말 할 때의 왕의 치세를 뜻하는 연호(年號)는 기원전 중국에서 유래해 동아시아에서 널리 사용돼 왔다. '황제는 시간도 지배한다'는 사고에 의해 왕의 권위를 높이는 데 쓰였던 거다. 중국은 한무제의 '건원(建元)'으로 시작해 청나라 말 '선통'을 끝으로 폐지했다. 한국에서는 고구려 광개토대왕의 '영락(永樂)'으로부터 대한제국의 '광무(光武)'까지 사용했다.


  • 홍콩의 가면

     지배권력에 대한 저항의 상징은 멀리로는 스파르타카스에서부터 프랑스의 삼색기, 간디의 비폭력 저항 그리고 반전과 평화에 대한 밥 딜런의 저항 음악까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저항의 대표적 아이콘이라 하면 '가이 포크스'다. 


  • 황금변기

     황금은 예로부터 힘과 권위를 상징했다. 왕관이라든가 궁전의 장식, 사원과 불상 등이 그렇다. 아무리 그렇다 한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불결하게 여기는 변기에마저 황금을 사용하는 것은 지나치게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정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