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천 치과의 2015 US 오픈 테니스 2주일 일정이 엊그제 끝났다. 중고생들이 모이면 농구이야기, 말단 직원들은 축구 이야기, 중간 관리급들은 테니스 이야기, 부장급들은 골프이야기, 나이든 사장들은 바이아그라 이야기를 한단다. 한마디로 나이가 들수록 노는 공이 작아진다는 이야기이다. 누군가 지어낸 우스갯소리다. 헌데 모든 스포츠 가운데 유독 테니스만이 갖고 있는 신비한 단어가 있다. 점수를 내지 못했을 때 '0'이란 굴욕적 단어가 아닌 '러브'라는 단어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어떻게 매력적인 이 단어가 쓰이게 되었을까? 테니스는 프랑스의 왕후 귀족의 놀이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0'의 모양이 계란과 비슷하기 때문에 프랑스에서 l'oeuf(뢰프)로 불리었던 것이 영국으로 넘어가 발음하기 쉬운 '러브'로 바뀌었다는 설이다. 스코틀랜드어로 '0'을 나타내는 lafe(라프)가 변화해서 생겼다는 주장도 있는데 이는 lafe(라프)가 Nothing이라는 옛날 말 '로브(loove)'로 바뀌었다가 '러브'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것은 크리켓 경기에서도 점수를 따지 못한 사람 이름에 '0'을 달고 Duck's egg 라고 부르는 걸 봐도 크건 작건 '알'과 관계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비록 지금은 'egg'을 빼고 Duck's 라고만 부르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그런가, 왕좌에 있는 여자 테니스 선수와 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남자 선수의 우연적인 만남이 사랑으로 이어지고 그 사랑 덕분에 하위권 이였던 남자가 윔블던에서 챔피언이 되는 로맨틱 영화도 있었다. 로맨틱 코미디의 명가인 영국 영화 제작사 '워킹 타이틀 필름스'의 2005년도 작품인 '윔블던'이다. 30 대 초반의 노장 피터는 세계 랭킹 100위 밖에서 허덕이는 하위권 선수다. 한때는 상위권에 올라 유명세를 탄 적도 있긴 하지만 이제는 돈 많은 아줌마 클럽의 테니스 코치가 될 생각을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그러다가 다시 윔블던 대회에 참가하는 과정에서 호텔의 착오로 세계적 스타 리지의 객실을 방문하게 되고 두 사람의 이야기는 사랑과 성공으로 이어진다. 이는 테니스 최강의 커플로 알려진 안드레 애거시와 슈테피 그라프를 모델로 해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16세에 프로로 데뷔하여 1994년 US오픈, 1995년 호주오픈을 석권하면서 전성기를 구가하던 애거시는 1996부터 슬럼프에 빠지면서 랭킹은 110위 밖으로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다가 1999년 프랑스 오픈 우승으로 재기해 제2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리고 테니스의 여제 그라프를 만나 재혼했다. 흔히 스포츠는 인생에 비유된다. 테니스도 예외는 아니다. 애거시는 한 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테니스는 인생의 축소판 같다. 테니스에서 사용하는 용어들 Love, Break, Service, Advantage 그리고 Fault가 모두 삶에도 그대로 있다'고. 9년 전 지난 9월 4일은 그가 독일의 베커에게 패한 후 23,000여명의 관중들의 기립박수 속에서 21년의 선수생활을 마감하고 눈물로 코트를 떠난 날이다. 이 날 그는 '팬 여러분의 엄청난 사랑이 코트에서 뿐만 아니라 인생에서 나를 이끌었고 여러분의 열의와 격려가 인생 최악의 순간에서도 성공할 수 있도록 인도했다'고 감사하며 주체할 수 없이 흐르는 눈물의 '키스 세리머니'를 보냈다.'아듀 코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