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들이 미국을 침략했다는 주장에 근거 부족"
트럼프 행정부 단속은 가속…플로리다서 엿새간 1천100명 체포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이민자들을 추방하는 데 있어 18세기 제정된 '적성국 국민법'(AEA)을 적용한 것은 권한 남용이라는 미 연방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1일(현지시간) 미 언론에 따르면 이날 텍사스주 브라운스빌에 있는 연방지방법원의 페르난도 로드리게스 주니어 판사는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갱단의 미국 침략을 주장하며 AEA를 동원해 심리 없이 이민자들을 추방한 것은 "법률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판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베네수엘라의 갱단인 '트렌 데 아라과'(Tren de Aragua) 소속된 미국 내 조직원들을 검거, 추방하겠다며 AEA를 발동하는 포고령에 서명한 바 있다.
1798년 제정된 AEA는 전시에 미 정부가 미 시민이 아닌 외국인 등을 영장이나 재판 등 평시에 적용되는 통상적인 절차 없이 약식으로 검거해 구금, 추방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로드리게스 판사는 AEA 발동이 '법 조항의 일반적이고 통상적인 의미'에 명백하게 어긋난다고 봤다.
그는 AEA가 군사적인 침략이나 조직적인 침입이 있을 때 사용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으로, 현재 미국이 침략을 당한 상태로 보기엔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대통령은 외국 정부가 미국에 대한 침략이나 약탈을 위협하거나 자행했다고 단정적으로 선언하고, 구금 또는 추방의 대상인 외국의 적들을 특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1심 판결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텍사스 남동부 지역에서 AEA를 적용해 구금자들을 이송 또는 추방하는 것은 금지됐다.
연방법원이 이런 판단을 내림에 따라 정부의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 정책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지난달 베네수엘라 이민자들의 추방을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한 변호인들은 이번 판결이 트럼프 행정부의 AEA 적용에 대한 정당성을 기각한 첫 본안 판결이라며 환영했다.
앞서 뉴욕, 펜실베이니아, 콜로라도주에서도 연방법원이 트럼프 행정부가 AEA를 적용해 이들 지역에서 이민자를 추방해서는 된다고 임시 가처분 명령을 내린 바 있다.
판결 후 국토안보부는 성명을 내고 "상급 법원이 우리 입장을 신속하게 입증해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항소 계획을 밝혔다.
트럼프 정부는 여전히 불법 이민자 체포와 추방에 힘을 쏟고 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주 플로리다주에서 연방정부와 주 정부가 대대적으로 벌인 합동 이민자 단속에서 6일간 총 1천120명이 체포됐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이 중 이민 법원에서 최종 추방 명령을 받은 불법 체류자는 378명이라고 밝혔다. 437명은 과테말라, 280명은 멕시코 국적자로 주로 중남미 출신이었다.
'대해일 작전(Operation Tidal Wave)'으로 명명된 이번 작전은 주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이민 단속이라고 플로리다주 신규 이민 단속 전담기구의 래리 키프 국장은 말했다. 그는 이러한 단속이 향후 다른 주에서도 실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noma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