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박 대통령이 여야 대표단과의 5자 회동에서 한 야당인사에게 "예전에 저보고 '그년'이라고 하셨잖아요?"라며 3년 전 들었던 욕설을 언급하며 집고 넘어갔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에서는 뼈있는 농담이었다고 한 반면 다른 측에서는 뒤 끝 있는 행위였다고 비꼬기도 했다. 잘잘못은 차제하고라도 사석도 아닌 공석에서 소위 지도자급들의 언급치곤 어느 쪽이든 적당치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이 일이 새삼스럽지 않은 것은 욕이 한국 사회 전반에 상당히 만연돼 있는 듯해서다. 그것도 너무 원색적이어서 더 하다. 정치인은 물론 연예인, 법조인 심지어 종교인들 까지 욕설 대열에서 빠지지 않는 계층이 없다. 게다가 학생들의 말은 욕설이나 비어가 끼지 않고는 대화가 안 될 정도라니 참으로 우려스럽다. 그래도 예전엔 운치가 있었는데 말이다. 우리 선조들은 도둑놈도 대들보위에 있는 군자란 뜻으로 '양상군자(梁上君子)'라 하지 않았다던가? 우리 때 만해도 볼썽사나운 사람이 앞에 있으면 '전자(前者)들은 말이야'했다. 자(者)가 '놈 자(者)'자 이니 '앞에 있는 놈'이란 뜻이다. 그러나 이나마도 남자한테야 할 수 있다손 쳐도 상대가 여성이면 얘기는 달라진다. 웬만한 용기 아니고서는 내뱉기 힘들게다. 표현도 상스럽지만 듣기에도 거북하고 불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걱정할 것 없다. 일찍이 우리의 천재시인 김삿갓이 일러준 비법이 있으니 말이다. 하루는 그가 어느 집 앞을 지나가는데 그 집 아낙네가 설거지물을 밖으로 뿌린다는 것이 하필 김삿갓이 뒤집어썼다. 과객의 행색이 초라해선 지 이 아낙네 사과는 커녕 홱 돌아서 그냥 들어가 버렸것다. 화가 난 김삿갓 욕을 냅다 하긴 해야겠는데 선비 체면에 막말을 할 수는 없고 해서 그냥 '해해'하고 갔더란다. 웃어 넘겼단 말일까? 한이 많아 세상에 욕하고 싶은 일이 많은 우리 삿갓님께서 그럴 리가 있었겠나? '해'는 한문으로 '년(年)'이요 그것이 두 개, 곧 쌍(?)이니 욕도 그런 욕이 없다. 상대방이 알건 모르건 삿갓님은 시원했을 거다. 이렇듯 욕은 품위와 인격에 직결되므로 피해야 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스트레스 해소에도 일조한다는 긍정적 시각도 있다. 따지고 보면 욕도 우리의 삶의 일부분인 감정의 발산이기도 하다. 실제 욕을 하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고 아무데서나 자신의 감정을 자제하지 못해 상스러운 욕설과 악담을 퍼붓는다면 본인은 속이 시원할지는 몰라도 당하는 상대방은 아프고 쓰리다. 해서 욕은 파괴적이고 반사회적이라고는 하지 않던가? 그럼에도 욕쟁이 할머니 욕은 친밀감을 높여주기도 하고 음식을 맛깔나게 돋우는 양념이요, 김삿갓의 욕은 스트레스 해소에도 좋아 우리네 감정을 풍부하게 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고 또한 사회를 비판하고 풍자함으로써 사회질서에도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해학과 기지가 담겨 있는 욕이기 때문이어서 그런 것일 뿐 그렇지 않은 욕은 내뱉은 사람에게 되돌아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아무튼 원하면 욕하자! 그러나 재치 있고 맛깔나게 하자. 여자한테는 '해해'로 남자한테는 '자자(者者)'로! 이렇게 얘기하면 나도 욕먹으려나? 죄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