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문화적으로 기독교 국가이지만, 정치적으로는 종교의 다양성을 인정한다. 미국 헌법이 ‘국가 종교’를 금지하고 ‘종교의 자유로운 행사’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 백안관에 ‘신앙실’을 설치하고,’반기독교 편견’ 퇴치본부와 ‘종교자유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기독교 편향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헌법을 훼손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종교문제는 미국 역사에서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논쟁의 대상이 되어왔다. 1690년대 마녀사냥으로 회자되는 ‘세일럼 마녀재판‘(Salem witch trials)을 시작으로 1850년대 카톨릭 이민자를 차별한 무지당(Know Nothing) 운동, 백인 기독교인들이 노예제와 인종차별을 합법화한 ‘짐 코로우 법(Jim Crow Laws)은 미국 사회를 괴롭히는 종교 분열의 대표적 사례들이다. 무엇보다 백인 기독교인들이 이 법들에 의거하여 노예해방 이후에도 백인 우월주의를 유지했다.
백인의 지배 흐름 속에서 미국 기독교는 1925년 ‘원숭이 재판’으로 유명한 스콥스 재판(Scopes trial)에서 터무니없는 비과학적 주장 때문에 패배하여 그 세력이 약화됐다. 그리고 백인의 인종차별을 타파하기 위해서 인권운동가인 킹 목사는 기독교의 사랑을 강조하면서 비폭력 운동으로 피해자인 흑인과 백인 인종분리자들을 동시에 회개시켰다. 그들은 우월감과 열등감 보다는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서로 인정하게 됐다. 그 결과 모든 인종의 민권(Civil Rights)이 사회 전체적으로 신장되면서 미국에서 종교적 권리는 인종 평등, 민주적 가치, 교회와 국가의 분리를 보장했다.
그러나 2001년 9/11 테러 이후 정부의 기독교에 대한 명백한 지지를 요구하는 극우적인 백인 기독교 민족주의자들이 사회 전면에 등장했다. 이들은 근대과학의 발전으로 종교적 진리가 위협받고 동시에 소수 집단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자기 보호와 종교권력의 확장을 위해 정치와 결탁했다. 이들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트럼프는 그 보답으로 세 명의 보수 대법관을 지명하여, 여성의 낙태권을 종식시켰다. 그리고 공공재산에 기독교 상징물 전시, 공립학교에서 기도시간 할애 및 기독교적 역사해석, 종교기관에 정부자금 지원, 성소수자 억압정책 등 미국을 ‘기독교 국가’로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런 기독교 민족주의 정책은 미국의 다문화 사회와 상충된다. 그들의 정책은 인종차별, 외국인 혐오, 반이민을 증폭시킨다. 종교의 정치화는 한 집단이 타 집단을 공존할 수 없는 적대 집단으로 매도하거나 자신들의 이념으로 반드시 개종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강제하기 때문에 통합을 저해하고 분열을 심화시킨다,
킹 목사의 호소처럼 기독교는 사랑의 종교다. 이민자의 나라로서 서로 사랑하고 신앙의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 그리하여 모든 신앙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잘 사는 공동체를 위해 연대할 수 있어야 한다.종교의 잔인함과 반지성주의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마녀사냥과 원숭이 재판을 반면교사 삼아 ‘정교분리’의 틀 안에서 기쁨과 희망, 기대와 설렘을 선사하는 온전한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2025-06-27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