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당시 현장 1천500도까지 치솟아…사망자 270명 중 35명만 시신 인계
최근 인도 서부에서 추락 후 폭발한 여객기와 관련해 사고 현장 온도가 한때 1천500도까지 치솟은 탓에 시신들이 심하게 훼손되면서 당국이 희생자 신원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 아메다바드 사르다르 발라바이 파텔 국제공항 인근에서 발생한 여객기 추락 사고 사망자 수는 현재까지 최소 270명이다.
AFP 통신은 사망자 수를 279명으로 보도했고, 일부 언론은 274명이라고 밝혔으나 인도 당국은 아직 공식적으로 희생자 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신원이 파악돼 유족에게 시신이 인계된 희생자는 35명에 불과하다.
여객기가 추락한 국립 B.J 의대 캠퍼스에서 숨진 희생자 등 사망자 8명의 신원이 가장 먼저 확인됐고, 이후 유전자 정보(DNA) 검사 결과가 나오기 시작한 지난 14일 저녁부터 시신들이 추가로 유족에게 인계됐다.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 중에는 비자이 루파니 구자라트주 전 주총리도 포함됐다.
아메다바드 시민병원에서 근무하는 라지니시 파텔은 "유족들로부터 수집한 수백 건의 DNA 표본을 냉동실에 안치된 각 유해와 일일이 대조해야 한다"며 "작업 규모가 엄청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객기 추락 후 발생한 폭발로 시신들이 심하게 훼손되면서 신원 확인 작업도 늦어지고 있다.
당국자들은 폭발이 너무 강력해 희생자 대부분의 시신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라고 NYT에 밝혔다.
초기 조사 결과 사고 여객기인 보잉 787-8 드림라이너에는 연료 12만5천L가 실려 있었다. 이는 아메다바드 공항에서 영국 런던 개트윅 공항까지 10시간 동안 비행하는 데 필요한 양이다.
사고 당시 연료 폭발로 현장 온도가 1천500도까지 치솟았다. 이는 시신을 완전히 태우기에 충분한 온도라고 NYT는 전했다.
실제로 15일 시신을 인계받은 일부 유족은 당국으로부터 "관을 열지 말고 화장과 장례도 빨리 진행하라"는 권고를 받기도 했다.
사망자 대부분의 DNA를 확인하고 있는 법의학 실험실의 책임자 H.P. 상그비는 인도 현지 매체에 "높은 온도는 신체 각 부위에 존재하는 DNA에 영향을 미친다"며 "시신 손상으로 검사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여객기 탑승자 242명 가운데 생존자는 인도 출신 영국인 1명뿐이다.
나머지 241명의 유족은 공식적으로 사망 통보를 받았으나 대부분이 유해를 돌려받지 못한 채 병원 영안실 주변에서 무작정 기다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상에서 숨진 희생자들 가운데 아직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일부는 실종자로 분류되기도 했다.
여객기가 추락한 의대 캠퍼스에서 평소 점심을 배달하며 생계를 유지한 투샤르 타쿠르(32)는 "어머니(52)와 딸(2)을 찾으려고 인근 병원과 경찰서를 모두 뒤졌다"며 "어제 경찰서에 실종 신고를 했다"고 말했다.
당국은 DNA 분석이 끝나는 대로 희생자 시신을 유족에게 인계한다는 입장이며 블랙박스와 잔해 등을 토대로 사고 원인도 조사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