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가 젠슨 황 앉은 자리 맞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치맥 회동' 이튿날인 31일 이들이 모였던 강남구 삼성동 깐부치킨은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오후 3시께 가게 문이 열리자마자 열 명 넘는 손님들이 매장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세 총수가 앉은 자리를 놓고는 "내가 예약하려 했다"며 잠시 실랑이가 빚어지기도 했다.
김영숙(66)씨는 "돈방석에 앉으려고 기도하러 왔다"며 3시간 가까이 기다린 끝에 세 총수의 자리를 차지했다. 김씨의 허락을 받은 대학생들도 합석해 '치맥'을 즐겼다.
남편과 함께 가게를 찾은 김선림(68)씨는 "어제도 여기에 왔는데 한국과 미국의 기업 수장이 모인 축제에 나도 참여하고 싶다는 마음"이라며 "남편도 기운 받는 마음으로 왔다"고 말했다.
이날 정오 무렵 점심을 먹으러 인근 식당을 찾은 직장인들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세 총수의 서명이 담긴 포스터를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았다.
"여기서 기 좀 받자", "로또 되게 해주세요"라고 외치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포스터 앞에서 '인증 사진'을 찍으려는 시민들이 인도를 가득 메우자 가게 측은 포스터를 잠시 치워놓기도 했다.
이 가게 사장의 어머니인 김화수(70)씨는 손님이 몰릴 것을 예상하고 장사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는 중에도 "오신 손님 모두 잘되기만을 바란다"며 웃음을 지었다.
김씨는 회동 9일 전인 지난 21일 엔비디아 측으로부터 예약 전화를 받았다. 회동 전날 저녁이 돼서야 손님들의 '정체'를 알았다고 한다.
그는 "3명이 온다는데 테이블 7개를 예약해 의아했다"며 "중요한 사람들이 온다고만 전달받았다"고 했다.
세 총수는 첫 술자리에서 치킨 3마리와 치즈스틱 등을 주문했고, 옆에 앉은 손님들까지 포함해 270만원을 계산했다고 한다.
사장 손민지 씨는 "대화는 거의 젠슨 황이 주도하는 모습이었다"며 "(총수들 방문 사실을 알고) 실감이 나지 않았다. 물량 확보하고 청소를 더 깨끗이 하는 정도로 준비하기만 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원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