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개인의 일부 지적 능력 수치…테스트 종류에 따라 변동 가능
국가별 평균 IQ 신뢰 높지 않지만 동아시아 높은 평가 성향
최근의 한국 평균 IQ 100~110 정도 기록 세계 상위권 유지
IQ만으로 '머리 좋은 나라' 단정 못해…PISA 등 대안에 주목
최근 일부 언론에서 국제기관의 평가 결과를 인용해 "중국이 전 세계 지능지수((Intelligence Quotient,IQ) 1위를 기록했다"고 보도하자 사실 여부를 놓고 온라인 커뮤니티나 관련 뉴스 댓글에서 논란이 일었다.
과연 국제기관들이 해마다 내놓는 평균 IQ 국가 순위를 믿을 수 있는 걸까.
도대체 어떤 근거를 바탕으로 국가별 평균 IQ 순위를 매기고 차이가 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IQ는 측정 방식, 표본의 대표성, 그리고 데이터를 제공하는 기관에 따라 순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복합적인 지표다.
한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 홍콩,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대체로 IQ 측정에서 높은 점수를 보이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교육 시스템, 문화적 가치, 인지적 훈련 효과, 경제 발전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평균 IQ 순위를 국가 간 지능의 우열을 가리는 절대적인 지표로 해석하는 것은 위험하다. IQ 테스트는 인간 지능의 일부 측면만을 측정하며, 문화적 편향과 방법론적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국가별 평균 IQ 순위는 참고 자료 정도로만 활용하는 게 좋다.
◇같은 연령대 집단 평균의 의미
IQ는 개인의 지적 능력을 수치로 나타낸 지표다.
일반적으로 또래 집단의 평균을 100으로 정하고, 표준편차 15(혹은 16) 기준으로 상대적 위치를 산출한다. 현재 대부분의 IQ 검사는 '편차 IQ' 방식을 사용하며, 이는 같은 연령 집단 내에서 개인의 상대적 위치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IQ 100은 그 연령대 집단의 평균임을 의미한다.
IQ의 역사는 19세기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의 프랜시스 골턴(Francis Galton)이 감각·운동 과제를 통해 지능을 수량화하려 시도했으나 복잡한 지능 구조를 밝히는 데 한계가 있었다.
1905년 프랑스의 알프레드 비네와 테오도르 시몽이 프랑스 정부의 의뢰로 비네-시몽 검사(Binet-Simon Test)를 개발했다. 이 검사는 아동의 정신연령 개념을 도입해, 초등학교 교육과정을 따라갈 수 없는 아동을 선별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1912년 독일의 윌리엄 스턴이 'IQ'라는 용어를 만들었고, 정신연령을 생활연령으로 나눈 뒤 100을 곱하는 방식(비율 IQ)을 제안했다.
1916년에는 미국의 루이스 터먼이 비네-시몽 검사를 미국 문화에 맞게 수정한 스탠퍼드-비네 검사를 출판해 미국에서 표준 지능검사로 자리 잡았다.
20세기 중반에는 데이비드 웩슬러가 성인용·아동용 웩슬러 지능검사(WISC)를 개발해 다양한 연령과 영역을 포괄하는 대표적 IQ 검사로 발전했다.
◇인간지능 전체 완벽 반영 불가
우리나라의 경우 1963년 한국판 웩슬러 지능검사(KWIS)가 국내에서 표준화됐다. 이어 1970년에는 '고대-비네 검사'가 출시됐으며 이후 웩슬러 아동용 검사(WISC) 등 다양한 IQ 검사가 내에 도입·표준화됐다. 우리나라에서 IQ 검사는 주로 교육적 목적(특수교육 대상자 선별, 영재 판별 등)과 임상적 목적(인지장애 진단 등)으로 활용돼왔다.
우리나라의 평균 IQ는 국제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2002년 'IQ와 국가의 부' 연구(린 & 반하넨)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평균 IQ는 106으로 세계 2위로 평가됐다. 최근에도 평균 IQ가 100~110 정도를 기록하면서 세계 상위권을 유지하는 등 머리 좋은 국가의 반열에 올라가 있다.
IQ 테스트는 인간의 지적 능력 중 일부를 비교적 신뢰성 있게 측정하지만, 인간 지능 전체를 완벽하게 반영하지는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IQ 테스트는 같은 연령대의 집단 내에서 언어, 추론 등 개인의 인지 능력을 표준화된 방식으로 평가한다. 대체로 10세 이후에는 개인별 IQ 점수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며, 같은 사람이 여러 번 검사해도 큰 변동이 없는 편이다. 하지만 동일인이 여러 종류의 IQ 테스트를 받을 경우 점수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으며, 같은 테스트를 반복해도 환경, 컨디션 등 요인에 따라 바뀔 수 있다.
◇기관마다 국가별 평균 IQ 순위 달라
중국이 전 세계 평균 IQ 1위인지를 알려면 우선 그동안 언론에 보도됐던 국가별 IQ 순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핀란드에 기반을 둔 지능 테스트 전문기관인 윅트콤(Wiqtcom)은 2024년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국가 순위에서 1위를 일본(112.30)으로 꼽았으며 헝가리(111.28), 대만(111.20), 이탈리아(110.82), 한국(110.80)이 뒤를 이었다. 세르비아, 이란, 홍콩, 핀란드, 베트남이 6~10위였다. 주요 서구 국가 중에서는 독일이 23위, 미국이 77위, 영국이 66위였다.
국제 IQ 테스트(International IQ Test)는 2025년 전 세계 IQ 1~5위 국가로 중국(107.19), 한국(106.43), 일본(106.4), 이란(106.3), 싱가포르(105.14)를 꼽았다.
월드와이드 IQ 테스트(World Wide IQ Test)에서는 국가별 평균 IQ 점수가 싱가포르와 홍콩이 108로 최고였고 대만과 한국이 106, 일본이 105, 중국이 104, 스위스와 네덜란드, 북한이 102, 마카오와 아이슬란드, 핀란드, 캐나다가 101이었다. 독일과 영국은 100이었으며 미국은 98에 그쳤다.
세계인구리뷰(World Population Review)의 2024년 국가별 평균 IQ는 중국, 대만, 홍콩, 마카오가 공동으로 107을 기록해 가장 높았고 이어 한국, 일본, 이란이 106으로 그다음이었다. 이어 싱가포르가 105, 러시아와 몽골, 아르메니아, 호주가 103으로 뒤를 이었다. 독일은 99.6, 인도는 99.1, 필리핀은 96.7이었다.
하지만 윅트콤과 월드와이드 IQ 테스트, 국제 IQ 테스트는 모두 온라인 기반의 민간 테스트 플랫폼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심리학계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공인 IQ 검사인 웩슬러, 스탠퍼드-비네, 레이븐스 매트릭스 등과는 다르다. 이들 기관의 테스트는 누구나 인터넷에서 쉽게 응시할 수 있고, 표본의 대표성이나 검사 환경 통제, 문화적 편향 최소화 등 과학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멘사, 기네스북, 국가기관 등에서 인정하는 IQ 공식 기록은 반드시 웩슬러 등 공인 심리검사만 인정한다.
세계인구리뷰는 자체적으로 IQ 테스트를 운영하지 않고, 영국 얼스터연구소(Ulster Institute) 등에서 발표한 기존 연구자료나 온라인 테스트 결과를 인용해 국가별 IQ 순위를 정리하는 데이터 플랫폼일 뿐이다.
아울러 언론 보도에 언급됐던 기관들의 국가별 평균 IQ 순위가 다르게 나오는 데도 그만한 이유가 있다.
측정 방식의 차이뿐만 아니라 표본의 차이, 문화·언어적 편향성, 사회경제적 요인이 다르게 반영돼있기 때문이다.
◇경제 수준, 영양 환경 등도 영향
국제기관들의 평가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특징은 동아시아 국가들의 평균 IQ가 다른 나라에 대해 높다는 점이다. 이는 교육 시스템과 문화적 요인, 경제적 발전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 한국, 대만, 중국 등은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교육 시스템과 높은 학업 성취도를 보인다. 학업과 인지능력에 대한 사회적 기대치가 높고, 조기교육도 보편화돼있다. 경제 수준이 높고, 영양 및 보건 환경이 우수한 점도 IQ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IQ 불신에 PISA 등 대안 거론
국가 간 비교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와 같은 문화 중립적 평가가 오히려 신뢰성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OECD의 PISA는 인지능력(읽기·수학·과학)을 평가하며 문화적 편향이 적은 국가 비교 도구로 활용돼, IQ의 대안 지표로 언론·학계에서 자주 인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장 똑똑한 국가'를 논할 때는 IQ 외에도 학업성취도(PISA 등), 노벨상 수, 인텔리전스 자본 지수 등 다양한 지표가 활용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