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전 사형선고를 받을 때 총살형을 선택했던 미국 사형수의 사형 집행일이 정해졌으나, 그가 중증 치매 환자이며 병세가 심해지고 있어 사형을 집행해서는 안 된다며 변호인들이 항소장을 내며 제동을 걸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유타주 제3지구 지방법원의 매슈 베이츠 판사는 9일(현지시간) 랠프 리로이 멘지스(67)의 사형 집행일을 9월 5일로 결정하고 사형집행장을 발부했다.

멘지스의 사형집행장이 발부된 것은 이번이 3번째다.

멘지스는 1986년에 피해자 모린 헌서커(당시 26세)를 납치해 살해한 혐의로 체포돼 1988년 1심 법원에서 사형선고를 받았으며, 사형 방식으로 총살형을 택했다.

항소 등 절차가 진행중이던 1995년에 사형집행장이 발부됐으나, 멘지스가 집행정지 등을 받아내면서 집행이 미뤄졌다.

이어 2003년에 다시 발부된 사형집행장도 집행되지 않았다.

베이츠 판사는 지난달 재판기일에서 멘지스가 최근 인지능력 저하에도 불구하고 "일관되게 그리고 이성적으로" 사형을 당하는 이유를 이해하고 있다며 사형 집행에 법적으로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7월 23일에 재판기일을 잡아 변호인들이 주장하는 심신미약 주장을 심리키로 했다.

숨진 피해자의 아들이며 납치살인사건 당시 10살이던 매트 헌서커는 "이렇게 오래 걸렸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AP통신에 말했다.

멘지스의 변호인들은 그가 치매가 심해져 휠체어를 타고 있으며 그가 처한 법률적 상황을 이해할 능력이 없다며 사형 집행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만약 멘지스의 사형이 총살로 집행된다면, 1977년 이래 미국에서 집행된 총살형으로는 6번째가 된다.

유타주에서 2004년 5월 전에 선고를 받은 사형수는 총살형과 약물주사에 의한 사형 중 한 쪽을 선택할 수 있었으며, 그 후 선고를 받은 경우는 약물주사에 의한 사형이 일반적이다.

유타주에서 총살형이 집행된 최근 마지막 사례는 2010년에 있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올해 남성 사형수 2명에 대해 총살형을 집행했으며, 아이다호, 미시시피, 오클라호마에서도 총살형이 가능하다.

미국에서 올해 들어 사형이 집행된 경우는 25명이며 전원 남성이었다.

올해 내 사형 집행 계획이 잡혀 있는 사형수는 멘지스를 포함해 10명이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solat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