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보광동 다세대주택 1층의 다섯 평짜리 단칸방에서 수년째 홀로 살고 있던 79세의 장 모 씨에 대한 사연입니다. 이분은 슬하에 자식을 다섯 명이나 두었지만 올해도 쓸쓸하게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자녀들이 부양을 하는 대신 정부에서 매달 지급하는 기초생활수급비를 의지하여 살아왔습니다. 하루 한 끼를 컵라면으로 때우는 가운데 노환이 겹쳐서 건강이 급격히 악화됐습니다. 이후 심한 폐결핵을 앓다가 단칸방 침대에 누워서 외로이 숨졌습니다. 현대인들이 겪게 되는 무서운 질병 중에 하나가 바로 외로움입니다. 세상에서 넉넉히 물질을 소유한 채 명예와 인기를 누리는 사람도 고독이라는 질병만은 이겨낼 방법이 없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던 경우를 보더라도 곁에서 돌봐줄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이 건강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당시 이분을 뒷바라지 했던 사회복지사에 따르면 "움직이는 것조차 힘에 부치자 와서 컵라면에 물만 부어 달라는 부탁을 해오기도 했다"고 합니다. 시신을 발견했을 당시 현장에서 발견된 이분의 통장엔 잔고가 단 27원뿐이었습니다. 물질까지 동이 난 가운데 도와주는 사람 하나 없이 철저히 혼자된 몸으로 이 땅을 떠나갔던 것입니다. 무엇이 이분의 삶을 이처럼 고독으로 몰아가게 되었는지 그저 안타까울 뿐입니다. 고독이란 세상의 그 무엇을 가지고도 치유하기 힘든 질병입니다. 가족이나 이웃의 따뜻한 관심만이 고독을 느끼는 사람에게 위로를 더할 수 있습니다. 주님이 이 땅에 와서 고독하게 살아가던 삭개오라는 사람을 만나주셨듯이 그분의 사랑으로 찾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조금만 눈을 뜨고 보면 주변에 고독으로 몸부림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수많은 날 양로병원 침대에 누워서 애타게 가족을 찾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들에게 주님의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다면 적어도 고독사라는 비극은 멈출 수 있으리라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