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단체 "사과·LMO 규제 완화 우려…적극 대처해야"

한미 통상협상에서 우리 정부가 쌀과 소고기 시장 추가 개방을 막아내면서 농업 분야에서는 일부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농업계에서는 통상 당국이 지금껏 외국과 통상협상에서 농산물 시장을 협상 카드로 써 온 만큼 이번에도 쌀과 소고기 시장을 양보할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협상 결과를 접하고 안도하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31일 브리핑에서 "식량 안보와 우리 농업의 민감성을 감안해 국내 쌀과 쇠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 역시 이번 한미 통상협상에서 농업 분야에서는 특별히 논의된 것이 없다며, 사실상 제외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정부는 쌀과 소고기를 '레드 라인'으로 두고 협상에 올리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는데, 실제 두 품목을 지킨 셈이다.

특히 미국이 줄곧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제한과 쌀 시장 개방 등을 우리 측에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우리 정부는 정치적 민감성과 식량 안보 문제 등을 고려해 이 시장을 양보하지 않았다.

농식품부는 이 같은 결과를 얻기 위해 지속적으로 관계 부처를 설득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는 국민 건강을 우선시하고 농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농산물 시장 개방에 반대해 왔다. 김 실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 내 협상 전략과 관련해 "부처 간에 고성이 오가는 상황이었다"라며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협상단은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레드라인을 지키기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감지된다.

우리나라가 농축산물 시장 개방에 정치·정서적으로 민감하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지난 2008년의 광우병 집회 사진을 제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실제 농식품부의 수습 사무관이 일일이 당시 관련 사진을 앨범에 모은 것을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어떤 단계에서는 공중에서 2008년 광우병 시위를 찍은 장면을 가지고 다니면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상무부 장관에게 보여주고 설득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협상과 관련해 "농업인들이 걱정하셨던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을 관계 부처와 협의해서 잘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농업계는 후속 협상이 남았다면서 마음을 놓지 못하는 모양새다. 한미 양국이 앞으로 검역 개선을 협의하기로 하면서 사과나 유전자변형작물(LMO) 시장 개방에 속도가 붙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이 시장은 이미 개방돼 있어 지금도 과학적 평가와 절차를 거치면 농산물 수입이 가능하다.

미국은 약 30년 전 사과 검역 협상을 요청했고, 수입 위험분석 8단계 과정 중 2단계에 있다.

식품용 LMO 감자는 농촌진흥청이 지난 3월 '적합' 판정을 내렸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안전성 검사 절차만 남은 상태다.

농업인 단체는 정부의 쌀과 소고기 시장 사수에 대해 환영하면서 세부 협의에 대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를 촉구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대한민국 농축산업을 지켜내기 위한 정부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면서 "검역 절차와 관련한 기술적 사안에 대해 협의를 이어가기로 한 만큼 농촌 현장의 불안이 완전히 해소되기까지는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과는 정부가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아 당분간 논란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고. LMO 수입 규제 개선에도 속도가 붙을까 봐 걱정"이라며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좀 더 적극적인 대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sun@yna.co.kr